부동산 PF대출 쏠림 뚜렷‥P2P 연체율 비상등(종합)

by전상희 기자
2017.06.15 06:00:00

[이데일리 전상희 권소현 기자] 시장 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워가고 있는 P2P(개인간)금융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건축자금(PF)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P2P금융사의 연체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리는 일부 업체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맞물려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P2P금융업체 빌리의 지난달 말 기준 연체율(1~3개월 원금과 이자를 연체한 경우)은 14.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리는 누적대출액이 700억원을 넘는 부동산PF P2P 업계 3위 업체다. 이 회사의 연체율은 지난 1월 말 0.05%에서 300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 연체율(2.26%)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5.7%)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빌리 외에도 팝펀딩(누적대출액 기준 8위)과 이디움펀딩(14위)의 연체율은 지난달 기준 각각 3.34%, 3.58%를 기록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대출규모가 큰 부동산상품을 주로 취급하다보니 개별 건 하나가 부실화되면 바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동안 P2P금융사는 낮은 연체율과 부실률을 앞세워 투자자를 공략했다. 실제 지난달 말 한국P2P금융협회 소속 회원사 47곳의 평균 연체율은 0.58%로 지난 4월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0.54%)과 비슷한 수준이다.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P2P금융사는 0%대의 연체율과 부실률(90일 이상 장기 연체)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는 P2P금융의 업력이 짧기 때문에 신생 업체들의 실질 연체율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만기로 대출했을 경 업력 1년 미만 업체들의 연체율은 0%로 잡힐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P2P금융시장에서 신생업체들의 연체율로는 리스크를 충분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수면 아래 일시적으로 잠복된 연체·부실 문제가 대출 채권의 만기 상환 도래에 따라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100여개 P2P업체들은 각각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체율과 수익률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경우 잘못된 공시를 해도 투자자가 확인하기 어렵고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건축자금 대출시 담보나 채권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국내 P2P금융시장은 부동산 관련 P2P 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체의 심사 능력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P2P업체들의 누적대출액은 지난해 말 6289억원에서 올해 4월 말 1조 1298억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액은 총 대출 잔액의 64%가량을 차지한다.. 초반 개인신용대출을 기반으로 시작한 P2P업체들이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쉽고 거래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부동산 PF로 확장하는 추세다.

부동산 PF 대출은 준공될 건축물의 미래 수익권을 평가해 돈을 빌려준다. 이때 건축 예정인 토지를 담보로 설정하거나 담보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이나 건축주와 시공업자 간의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 가능하다.

박용민 현진개발 대표는 “P2P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시공하는데 준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 준공 리스크가 있다”며 “빌라는 보통 8개월, 오피스텔은 10개월 정도 건축기간이 소요되는데 내년쯤에 문제가 줄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2P업계의 한 대표는 “투자자들이 부동산 PF 대출을 부동산 대출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담보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최근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동산PF P2P투자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향후 시장금리 상승, 주택시장 하향 등의 요소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어버릴 경우 준공 후 건축물 가치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박형근 금융감독원 P2P감독대응반 팀장은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은 없다”며 “연 5~20% 수익률에 이르는 P2P업체의 부동산 PF에 투자할 때에는 더욱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도 P2P업체들의 연체율에 주목하고 있다”며 “각 P2P업체들이 내건 수익률에는 그만큼의 리스크가 반영돼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다른 P2P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건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감수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