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물은 교황…韓주교들 대답은?

by김용운 기자
2015.03.31 06:21: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천주교의 수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 등 천주교 주교단 25명이 최근 바티칸을 정기방문하고 돌아왔다. 일명 ‘사도좌 방문’이라 불리는 정기방문은 세계 가톨릭 각 교구의 주교들이 교황에게 교구의 현황을 보고하고 교황으로부터 조언을 받는 행사다. 2007년 이후 8년 만인 이번 한국주교단의 바티칸 정기 방문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주교단이 다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첫 아시아 방문국가로 한국을 선택할 만큼 우리와는 각별하다. 방한 당시에는 특유의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특정 종교의 지도자 이상의 감동을 한국사회에 안겼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깊은 슬픔에 빠진 희생자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방한기간 내내 노란리본 추모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녔으며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고통 앞에서는 중립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끝까지 챙겼다.



그런 교황이 이번 한국주교단과의 면담에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이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였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교황의 세월호 관련 질문에 당시 자리에 있던 염수정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의 주교들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답을 했지만 공개하지 않았거나 주교들이 답을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세월호 문제를 풀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이 종교인들에게는 없다. 그럼에도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을 보자마자 세월호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과연 교황이 주교들에게 기대했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방한기간 동안 교황의 언행을 통해 추측해 보건대 세월호 문제의 경과보고보다는 주교들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고통 받는 이들 곁에 함께했다”였을 것이다. 어느덧 세월호 참사 1주기다. 교황이 한국에 다녀간 이후 한국주교단이 세월호 유가족을 지속적으로 찾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교황의 질문에 주교들이 그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묵묵히 있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