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방역서 배우는 건설산업 안전

by김용운 기자
2020.07.31 04:50:00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7개월 남짓 만에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1600만명이 넘는 감염자와 65만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낳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는 ‘안전한 나라가 없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일일 확진자가 800명을 넘으면서 확산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 하지만 현재는 50

명 내외 수준으로 확진자 수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체계적인 검역·추적 시스템 수립과 운영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시민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안전한’ 대한민국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처럼 건설 산업도 안전하게 바꿀 수는 없을까. 최근 건설 산업뿐만 아니라 사망사고를 발생시키는 모든 산업의 중대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을 처벌하는 법률과 산업 참여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확대하는 건설안전특별법 등 다양한 제도들이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각종 사고로 얼룩진 건설 산업을 안전을 최고 가치로 두는 산업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 대응 때처럼 시스템과 개인의 노력,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



건설 산업은 옥외산업으로 노동력 의존도가 매우 높아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산업의 태생적 한계는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구체적 성과를 방해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제도적 처벌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산업의 생산과정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력 기반의 현장 작업(Site-built)을 최소화하고 건축물 부재 단위의 공장생산을 확대하는 탈현장화(Off-site)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요인을 줄일 수 있는 탈현장화와 더불어 현장 작업의 기계화와 자동화 비중도 확대해야 한다.

생산방식 전환이 안전한 건설 산업을 위한 시스템 차원의 노력이라면, 안전 규정 준수와 이행은 개인 차원의 노력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지키는 것처럼 건설 현장에서도 관련된 규정과 체계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불편하고 덥다고 안전모를 벗고, 아무도 보지 않으니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고, 시간이 부족하니 서둘러 작업을 수행하는 건 안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건설 사업은 최소한의 공사비로 최대한 빠르게 최고 품질을 달성한 사업이 아니다. 모든 참여자가 사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은 현장에서 완성된 사업이 성공적인 사업이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더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지 못하겠지만,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그렇지 않다. 건설 산업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발생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종식을 위한 백신은 일회성일 수 없다. 건설 산업의 안전 백신은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안전 규정을 지키고자 하는 참여자의 의지가 합해질 때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