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주식 수익률, 채권·부동산보다 낮은 이유

by권소현 기자
2020.03.04 0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1989년에 코스피가 처음 1000을 넘었다. 지금이 2000 정도니까 31년 사이에 주가가 두 배가 된 셈이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2400에서 최고 3만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 내부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1989년에 삼성전자 주가는 600원 내외였다. 최고 높은 때 6만3000원 가까이 됐으니까 100배 넘게 오른 셈이 된다. 삼성전자가 100배 오르는 사이 코스피가 두 배밖에 안 됐으니 다른 종목들이 얼마나 수난을 겪었을지 알 수

있다.

주식은 채권, 부동산, 예금 등 가격이 붙어 있는 다른 자산에 비해서도 수익률이 낮다. 다시 한 번 1989년으로 돌아가 주식과 채권, 서울지역 아파트에 1000만원씩을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그 돈은 각각 2150만원과 7230만원, 5760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주식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채권은 A등급 회사채의 이자만을 계산하고, 서울지역 아파트는 상승률이 낮은 부동산 지수를 썼음에도 결과가 그랬다.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더라도 주식이 오랜 시간 낮은 수익에 그쳤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 기업을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도 오랜 시간 성장하면서 시장 규모 확대에 기여한 기업은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중간에 없어지거나 가격이 떨어져 시가총액을 오히려 까먹었다. 결국 5% 내외 기업의 높은 수익성이 시장을 탄탄하게 만들고 미래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미국시장에서는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그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나스닥 지수가 한때 2000년 IT 버블 때의 두 배가 됐다. 우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만이 그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시장의 버팀목은 두 개다. 하나는 반도체. 전체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한국조선해양 같은 대형 제조업체. 이중 대형제조업체는 일정 수준의 이익만을 유지할 뿐 별다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주가가 과거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LG화학 등 새롭게 투자를 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우리 기업 중에서 5% 내에 들어갈 곳은 많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반도체가 유일하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 과거 성장 기업을 밀어내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에 중국 특수를 기반으로 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 업체가 부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존재가 미미하다. 이후 바이오가 올라섰지만 기업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쳐 몇몇만이 성장 기업으로 남았다.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발표되고 45년이 지났다. 기간 중 고점이 계속 높아지는 대세 상승은 11년 4개월로 전체 기간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4분의 3은 주가가 떨어지거나 떨어졌다 회복하거나 횡보하는 형태였다.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때는 대부분 새로운 산업이 나와 우리 경제의 성장성을 높여 주던 때다. 1970년대 중반에 건설업이 그랬고 1980년대 중반에는 중화학 공업이 그 역할을 했다. 5%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다수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지금은 5% 내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 과거에는 우리 경제의 규모가 작아 국내시장만 차지해도 그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영속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을 찾기 힘든 게 우리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2000년 IT 버블 당시 나스닥 시장의 최고 회사는 시스코시스템즈였다. 네트워킹 하드웨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으로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기업이다. 지금은 그 자리를 애플과 아마존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있어야만 경제도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