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주택자는 잠재적 범죄자?

by권소현 기자
2018.10.19 04:15: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집 안 팔았다고 감옥 간다고요?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인가요.”

최근 개편된 주택 청약제도를 두고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해 당첨된 1주택자가 입주 후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팔아치우기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사실 기존 주택법에 이미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고, 이를 위반하면 공급 질서 교란 행위로 봐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 또 이같은 행위로 인해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불법 행위가 맞는지는 사법기관의 수사와 재판을 거쳐야 하는 데다 기존 주택을 팔면 되고, 안 팔리더라도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팔려고 노력한 사실을 입증하면 형사 처분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은 주택 보유자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적폐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책을 내놨다. 그래도 집값이 안 잡히자 9·13 대책을 통해 1주택자까지도 옥죄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집을 사고 파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국토부는 청약에 당첨된 시점부터 입주 후 6개월까지 최소 2년 반에서 3년의 시간 동안 있는 만큼 기존 주택을 팔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사 시점을 맞추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1년 전부터 집 내놔도 매도자의 입주 시점까지 기다려주겠다는 매수자를 만나기 어렵고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은 집을 내놔도 1년 동안 집 보러 오는 사람 한 명 없는 경우도 있다. 노력은 했으나 못 팔았을 경우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어도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게 보다 많은 청약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집 있으면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보는 정부의 프레임도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