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부동산이슈] 정부, 전세 아닌 월세대책 내놓은 이유

by정수영 기자
2014.11.01 07:10:43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10월 마지막주 정부는 서민주거비 부담을 완화라는 제목의 ‘10·3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시장에선 급등하는 전셋값을 완화할 대책이 아닐까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서민층의 월세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소득이 많지 않은 가구나 취업준비생 등에게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저금리 월세대출을 시행하겠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월세대책이었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정부는 왜 전세 대책을 내놓지 않았을까요. 시장이 뭘 기대하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는데 말이죠. 여기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합니다.

우선 정부가 사실상 ‘전세시대’의 종말을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 주택이 최근 들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초저금리시대가 장기화되니 갖고 있는 집을 전세에서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엔 집값이 안오른다는 판단에 사람들이 더 이상 전세끼고 집을 사지 않는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전세 수요량보다 전세 공급량이 훨씬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인데요,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대세로 보고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 판단했다는 분석입니다. 오히려 전세 수요가 줄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낸 자료에서도 이는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1일 낸 참고자료에서 “이번 대책은 전세시장의 초과수요 문제는 전세에 대한 수요감소를 통해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인식하에,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보증부 월세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서민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도 논쟁거리입니다. 현재의 전세난은 순수전세, 그것도 아파트 중심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할 경우 사실상 전세난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은 중산층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결국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민’의 개념이 어디까지이냐가 문제인데요, 정부는 서민을 아직 소득이 적은 계층으로 한정한 것입니다.

최근 이데일리가 부동산114의 전셋값 통계를 분석한 결과 9월 말 기준 서울과 인천·경기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2억359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올해 2분기 기준 도시 근로자 가구 연간 소득(5459만4600원)의 4.32배나 되는 액수입니다.

관련 시세 조사가 처음 이뤄진 2000년의 주택 매매와 맞먹는 수준인데요, 2000년 말 기준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1억4428만원)은 도시 근로자 가구 연 소득(2945만2812만원)의 4.9배였습니다. 같은 기간 돈을 모아도 지금은 전세금을 치르면 남는 게 없지만 2000년에는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는 얘기지요. 그만큼 지금의 전세 문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전세가구의 43.9%를 중소득층, 보증부월세 및 월세가구의 60~70% 가량을 저소득층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왠만한 서민은 현재 전세로 살기가 쉽지 않은 셈입니다. 정부는 현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들 계층은 집 살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전세대책보다는 매매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