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다음 대통령의 약속, 1억씩 주면 좋겠다.

by송길호 기자
2021.08.05 06:10:00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대통령도 사람이다. 그런데 당선되면 당선 전 그 사람은 아니다. 마치 완전히 새로운 제 3자연 하여 누구?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이 그들을 달라지게 한 것 일까? 임기 말에 가까울수록 장막과 권위로 겹겹이 싸여 있는 듯 행동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투표로 한 나라의 대표자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왕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끌어갈 반장을 국민들이 직접 ‘선택’ 하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통령 후보도 우리의 이웃이었고,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엔 다시 이웃으로 돌아오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국민에게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지만 당선 후의 모습을 보면 왕조시대의 왕이 떠오른다.

또다시 선거철이다.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바야흐로 대통령 시즌이다. 선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떤 선거가 그렇지 않겠냐만 대한민국을 5년 간 이끌어 갈 대통령을 결정하기 위한 선거다 보니 레이스에 뛰어든 각 후보들의 말과 행동의 스케일도 웅장하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나눠 주는지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듯 저마다 재정을 많이 쓰겠다고 경쟁하고 있는 듯 하다. 사이다 같은 시원한 말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그 말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이행하고,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은 5년 간 나라의 살림을 살면서 한편으로 과거의 숙제를 해결하고 또 한편으론 미래의 청사진도 그려야 하는 자리다. 지금 나라 곳간에 여력이 있다고 펑펑 쓰면 다음 세대가 힘들어진다. 특히 돈을 나눠주는 정책은 지금 100만원을 나눠주면 다음 대통령은 500만원을, 그 다음 대통령은 1000만원을 나눠줘야 해 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단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그 돈을 거둬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바라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다음 대통령의 약속은, ‘1억씩 나누어 주는 나라(1년에 10000%의 인플레이션도 각오해야 한다)’에 살 것인지, ‘1억씩 벌 수 있는 나라(세계 3위권 정도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 에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격변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운용하는 능력이 미래 경쟁의 척도이다. 퍼주기 공약은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으로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판에 뛰어든 주자들이 정말 이야기해야 할 것은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이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하는 그림과 그 그림을 실현할 마스터플랜이어야 한다. 국가의 총체적인 경쟁력과 생산성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참하게 할 것인지를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선거에 희망이 있다. 지금 여야의 주요 후보들이 내세우는 담론으로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유력 대권주자들의 상당수가 공평한 것과 공정한 것의 차이를 모르거나 도외시 한다는 점이다. 공평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고 공정한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과정의 공정함이 중요하다. 과정의 공정함을 위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하위 10~20%에 속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이들이 최선을 다했을 때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국민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20만원, 30만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크기가 더 이상 대통령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세계에서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9개국밖에 없을 만큼 성장했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이 국가운영의 대강과 토대를 흔들어서도 안 되고 흔들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모든 공약을 국민이 추인했다고 함부로 예단해서도 안 된다. 어느 선까지 나아가고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작은 배는 급하게 방향타를 돌려도 되지만 항공모함은 1도의 변침에도 목적지로부터 크게 벗어나게 된다. 큰 배가 된 대한민국은 이제 안정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나라다. 다음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 어떤 정책이 국가의 미래와 현재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한편의 무조건적 절대 지지를 너무도 쉽게 많이 보아왔다. 정당의 결정이 과연 민의이고 국익 인가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린 많은 시행착오와 굴곡진 결과들을 보아왔다. 이제 내 아이를 사랑으로 양육하고 교육하고 보살피 듯 다음 세대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린 지도자들이 어떤 내일을 약속 할 것인지 지켜보아야 한다. 선거표가 아닌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대선 레이스에 분주한 후보들이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세대까지 감안한 국가운영의 철학과 국가경영 시스템을 이야기하길 기대해본다. 인격적으로도 국내외적으로도 자랑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은 우리의 얼굴이고 자부심이어야 하는데 차고 넘치시는 분을 잘 관찰 해야 할 책임도 국민 몫이다. 누구랑 같이 일하고 도모하는지도, 올림픽 대표 선수급으로 구성된 책임 집단 인지도. 사람과 인사의 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헌데, 끼리 끼리 한 몫씩 하는 것을 과연 뿌리칠 수 있을까?).

우리는 운전사에게 운전대를 맡기지만 우측통행인지 좌측통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줄 운전사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