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그린 밖에서, 아들은 캐디로..가족과 함께 한 48세 싱크의 8번째 우승

by주영로 기자
2021.04.19 11:15:29

PGA 투어 RBC 헤리티지 19언더파 정상, 통산 8승
유방암 극복한 아내, 다시 경기장 나와 남편 응원
아들 레이건은 아버지 따라 캐디로 나서며 2승 합작
임성재 공동 13위, 김시우 공동 33위로 대회 마쳐

스튜어트 싱크(왼쪽)와 캐디로 나선 아들 레이건이 우승 뒤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7번홀(파3). 스튜어트 싱크(미국)의 퍼트가 홀을 스쳐지나가는 듯하더니 안으로 떨어지며 버디가 됐다. 환하게 웃는 캐디는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했다. 캐디는 싱크의 아들 레이건(24)이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 싱크와 캐디로 나선 아들 레이건이 그린으로 걸어들어오자 그린 밖에 서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계속 화면에 잡혔다. 멀리서 두 남자를 바라본 이는 싱크의 아내이자 레이건의 어머니다. 그의 옆엔 큰아들 코너가 함께 했다.

싱크의 아내 리사는 지난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싱크는 아내의 간호를 위해 6개월 동안이나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싱크는 “아내 없이는 대회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에겐 아내가 인생의 전부였다.

그해 11월 싱크는 건강을 회복한 아내와 함께 RSM 클래식 대회장에 나왔다. 싱크는 아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대회 첫날 8언더파 62타를 쳤다. 이날 성적은 그가 프로로 데뷔해 기록한 최소타 기록이었다.

싱크는 “아내가 암 치료를 받는 것을 보면 나도 용기가 난다”며 “아내가 암과 싸운다면 나도 함께 싸울 것”이라며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였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든든한 파트너가 됐다. 레이건은 지난해 조지아공대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엔 아이스하키 선수로도 활동했다. 졸업 후 항공사에 취직해 항공편 운항업무를 맡아 일했다. 그러던 중 투어 활동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느낀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2주 동안 투어에서 보내기 위해 캐디를 자처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아버지를 도와 4074일 만에 우승하는 기적을 함께 만들었다. 이날의 우승은 싱크가 2009년 디오픈 이후 약 11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 최종일. 5타 차 선두로 나선 싱크의 경쟁자는 세계랭킹 4위 콜린 모리카와(미국)였다. 타수 차가 있었지만, 모리카와는 이번 시즌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3번이나 톱10에 든 실력파다. 최근 3시즌 동안에만 4승을 거뒀을 정도로 PGA 투어에선 새로 떠오른 강자다.

싱크 부자는 모리카와의 추격을 쉽게 따돌렸다. 모리카와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하며 싱크를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뒤 이렇다 할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싱크는 경기 내내 5타 차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경기했다. 16번홀까지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아 타수를 줄이지 못했으나 뚜렷한 추격자가 없었던 탓에 마음 편하게 경기했다. 그리고 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은 싱크는 합계 19언더파 265타를 쳐 2위 에밀리아노 그리요와 하널드 바너 3세(이상 15언더파 269타)를 4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퍼트를 마친 싱크는 아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런 다음 그린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꼭 안았다.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만든 싱크의 8번째 우승이었다.

싱크는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모여 더없이 좋다”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1973년생인 싱크는 올해 48세다.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 랭킹 3위로 올라섰고, 세계랭킹은 45위 이내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2000년 이 대회에서 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싱크는 2004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3번 우승했고, PGA 투어 통산 610경기에 출전해 8승째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만 2승을 거두며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과 함께 다승 1위가 됐다.

임성재(23)는 이날 1타를 잃고 공동 13위(10언더파 274타)가 됐다. 김시우(26)는 7언더파 277타 공동 33위에 올랐고 이경훈(30)은 1언더파 283타 공동 56위, 강성훈(34)은 5오버파 289타 단독 65위로 마쳤다.

19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우승한 스튜어트 싱크(왼쪽 두 번째)가 캐디로 나선 아들 레이건(맨 왼쪽), 아내 리사(오른쪽 두 번째) 큰아들 코너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AFPB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