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약탈·방화 속…뉴욕시, 77년 만의 역대급 '야간 통금령'

by이준기 기자
2020.06.03 03:33:15

더블라지오 시장 "주말까지 야간 통금령 유지"
메이시스 백화점 등 10여곳 털려…무정부상태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백인 경찰의 강압행위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미국의 반(反) 인종차별 시위가 약탈·방화 등 폭력적으로 변질한 가운데, 뉴욕시(市)가 이번 주말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연장하기로 했다. ‘평화적’인 주간 시위에 반해 야간 시위는 ‘폭동’에 가까울 정도로 잔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미국 내 40개 이상의 도시가 야간 통금을 도입한 상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평화로운 도시 유지를 위해 “오는 7일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욕시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부터 전날(1일) 오전 5시까지 야간 통금을 시행했지만, 되레 시위가 격화하자 전날에는 밤 8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통금 시간을 늘린 바 있다. 이와 관련, 미 CNN방송은 “1943년 8월 백인 경찰의 흑인 병사 총격으로 인한 소요 사태로 피오렐로 라과디아 당시 뉴욕시장이 저녁 10시30분 통금령을 내린 이후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전했다.



실제 맨해튼·브롱크스 등 시내 곳곳에선 약탈 등의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맨해튼 헤럴드 스퀘어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과 유니언 스퀘어의 노드스트롬 매장 등 10여곳의 가게들이 털렸다. 경찰력을 종전 4000명에서 8000명으로 배 수준으로 늘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CNN 방송이 “사실상 무정부상태”라고 쓴 이유다.

인명피해도 적잖았다. 시위대와 정면 충돌하면서 뉴욕 경찰관 수명이 다쳤으며, 한 명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중상을 당했다. 폭력 시위대 200여 명도 체포됐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런 시위는 힘과 의미가 있다”면서도 “일부가 폭력을 선동하고 재산을 파괴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시위대를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뉴욕시에 강경 진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뉴욕시에는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며 “뉴욕은 약탈자, 암살단원, 급진 좌파와 모든 종류의 하류 인생과 인간쓰레기들에 졌다. 뉴욕은 갈가리 찢어졌다. 빨리 움직여라”고 썼다. 그는 “(워싱턴) DC는 지난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많은 체포가 이뤄졌다”며 “모든 이들이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 압도적인 병력. 진압”이라고 적으며 뉴욕시와 DC간 대응 차이를 부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