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만 美 특허 310건..삼성 '디자인 경영' 가속

by이재운 기자
2017.05.30 06:00:00

애플과 디자인특허 분쟁 치르며 필요성 느껴
美서 1분기 310건 확보..전체 특허 20% 규모
이돈태 전무 인사이동, 디자인경영센터 강화
2005년 이건희 회장 '밀라노 선언' 지속 흐름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 디자인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자산 보호를 동시에 꾀한다. 국내에서 열린 IT 산업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모델들이 갤럭시S8과 기어VR 등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디자인 경쟁력 강화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강조했던 ‘디자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며 특허 확보와 조직 정비에 나섰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가 310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특허 확보 건수 1560건의 약 20%에 해당한다.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제품에 적용한 고유의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 확보건수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애플이나 특허괴물(Patent Troll) 등과 디자인 특허 분쟁을 치르면서 내부적으로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말자’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업계 후발주자인 중국의 신흥 업체에 대한 견제 차원도 작용했다. 특히 갤럭시S8나 커브드TV처럼 휘어진 형태의 제품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미리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단행한 임원인사에서는 이돈태 전무(사진)를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에 임명했다. 디자인경영센터는 윤부근 가전(CE)사업부문 대표(사장)가 센터장을 맡은 전사조직이다. 2014년 생활가전(CE) 부문 조직으로 처음 만들어져 가전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다, 이듬해 말 전사조직으로 격상됐다.



이 전무는 영국의 디자인 전문업체 ‘탠저린’의 공동대표를 역임하다 2015년 초 삼성전자에 영입된 인물이다. 영입 후 해외 소재 디자인센터를 총괄하는 글로벌디자인팀장을 맡다 이번에 더 높은 직위를 맡게 됐다.

탠저린은 아이폰과 iOS 운영체제 사용자환경(UI) 등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 애플 부사장이 창업한 회사로 유명한 곳이다. 이 전무는 이곳에서 영국항공의 비즈니스석 디자인 작업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마주보는 형태를 취하면서 공간활용을 극대화한 곡선형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유명 디자인 업체의 수장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이 전무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디자인경영 기조의 시작은 12년 전인 지난 2005년 이건희 회장의 ‘밀라노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 제품은 성능이나 가격에 비해 디자인에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개선해야겠다고 느낀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경영진을 디자인의 명소인 이탈리아 밀라노로 소집해 “삼성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은 아직 1.5류”에 불과하다며 디자인 경영의 강화를 외쳤다. 이후 제품 디자이너를 꾸준히 늘려왔고, 현재는 전 세계 디자인 연구소 조직에서 2000여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에 따라 삼성전자는 세계 3대 산업디자인 전시회로 꼽히는 미국의 IDEA와 독일의 레드닷, iF 등에서 해마다 대거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과 사양(스펙)을 넘어 편의성과 심미성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한 시대의 가운데에 왔다”며 “디자인 경영은 우리에게 계속 중요한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