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대책 빠진 국토부 장관의 주택 공급과잉 걱정

by양희동 기자
2015.12.01 06:05:0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주택 인·허가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신규 주택 수요와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11월 25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주택업계와의 조찬간담회에서 한 이 발언은 공개 직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가 주택 공급 과잉을 인정하고 인·허가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택업계의 우려가 쏟아지자 강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주택 공급은 아직 위험 단계가 아니며 내년 이후 업체들이 공급 물량을 줄일 계획이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의 수장이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없이 설익은 발언을 내놓고, 곧바로 철회하는 모습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특히 강 장관이 언급한 주택 인·허가 물량 예측 및 조절은 국토부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한 부분이다. 국토부가 공급 과잉에 대해 대비책을 갖고는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5월 발표한 ‘2015년 주택종합계획’에서 국토부는 “주택 공급 계획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기존 인·허가 물량 계획을 대신해 관리 가능한 준공 물량 계획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2013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인·허가 예측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인·허가 물량을 전년 대비 15% 줄인 37만 가구로 정했지만 결과는 51만 가구로 40% 가까이 초과했다. 또 2013년에는 계획치(37만 가구)보다 20% 가량 많은 44만 가구가 인·허가 됐다. 건설사들이 이미 확보한 땅에 경기 흐름에 따라 아파트를 짓는 것을 국토부가 예측·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 장관은 국토부가 반년 전 포기한 방안을 공개 석상에서 다시 해법으로 언급한 꼴이 됐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전세난으로 촉발된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주택업계가 제시한 현실적 대안은 외면했다는데 있다. 업계는 간담회에서 전세 공급의 주체인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차등 적용 폐지를 건의했다. 1주택자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물리지만 다주택자는 총 보유 주택 가액이 6억원만 넘으면 과세해 ‘조세 평등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세 제도는 기본적으로 다주택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는 전세난을 해소할 방법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급 조절에 집착하지 말고 당장 실행 가능한 손톱 밑 가시부터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