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장자연 커넥션', 특검해서라도 진상 밝혀야

by윤경철 기자
2009.03.30 11:27:49

▲ 지난 7일 자살 사망한 고 장자연 영정.(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한국매니지먼트협회(이하 협회)가 장자연 자살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연예매니지먼트 업계에 대한 일부 방송의 선정적인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국내 70여개 매니지먼트 기획사로 구성된 협회는 얼마전 성명서를 내고 “극소수 문제 매니저에게서 발생한 이번 사건을 매니지먼트 업계 전체의 일로 왜곡 확대시키는 보도로 인해 대다수 업계 종사자들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일부 방송에서 매니지먼트 업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을 모두 이번 사건 관련자들과 동일한 부류로 인식되도록 매도하는 선정적 보도 행태를 띄고 있어 유감이다”며 “소문에 의존해 매니지먼트 산업을 착취와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집단으로 묘사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불신만 일으키도록 호도하는 것”라고 비난했다. 또한 협회는 최근 정치권에서 이른바 장자연 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맞는 말이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할만하다. 물론 일부에선 스폰서 문화를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본인과 매니지먼트 종사자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와 장자연 사건을 둘러싼 진상규명은 별개로 봐야 옳다. 연예계 전체에 대한 시선이 왜곡될 것을 우려해 장자연 사건을 쉬쉬하며 진상규명을 게을리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장자연 사건의 경찰 수사만큼은 제대로 끝을 봐야 한다.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상당수 연예 종사자들의 말처럼 극소수의 일일 순 있다. 실제 장자연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깨끗해졌고 뜨기위해 접대를 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 연예계는 많이 투명해졌고 시스템화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권력자들에 의해 연예인의 인권은 무참히 유린 당하고 있고 특히 무명 또는 신인 연예인들의 고충은 더욱 극심하다.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지망생들 입장에서는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하면서 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연에인의 술자리 접대를 부추기는 행위는 죄질이 극히 나쁘다.

장자연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예계 전체가 악의 소굴로 비화되고, 일부에 국한된 일일지언정 악의 실체를 파악했으면 반드시 그 뿌리채 뽑아야만 뒤탈이 없기 마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의 공식입장은 빈번하게 바뀌어 왔다. 한때는 “KBS에서 건네 받은 문건에 폭행과 성상납, 술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실명이 거론됐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또 "이름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고 "리스트도 없다"고 밝혔다. 이후 여론이 거세지자 경찰은 그제서야 구체적인 수사에 착수, 뒤늦게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수사 대상자의 직종은 4∼5가지이며 언론사 대표(3명)과 IT업체 대표(1명), 금융업체 대표(1명), 드라마 PD(2명), 기획사 대표(2명) 등으로 항간에 나돌고 있는 리스트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한다. 소문이 어느정도 사실로 확인된만큼 경찰조사는 보다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혹여 이번 사건으로 연예계가 위축될까 하는 걱정은 그 다음이다. 경찰조사가 미진하다면 정치권 사안만 특검을 할 것이 아니라 장자연 사건도 특검을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뿌리채 뽑지 않으면 제2, 3의 피해자가 또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