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M&A 시동 건 우리금융…저축銀부터 사들인다

by김무연 기자
2019.01.23 05:12: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김무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4년 2개월 만에 지주 체제를 다시 갖춘 우리금융은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 인수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우리금융의 행보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이 첫 M&A 대상으로 삼은 곳이 어딘지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 또한 뜨겁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은 스마트투자파트너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C) ‘우리스마트금융산업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스마트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SPC를 통해 대유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저축은행 지분 82.57%를 약 7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달 중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심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르면 3월 말 인수절차가 마무리할 예정이다. 스마트저축은행은 서울·경기·호남·제주 등에 영업망을 갖춘 중견 우량 저축은행으로 안정적인 소액여신 위주의 대출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저축은행 인수는 우리PE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투자지만 차후 우리금융이 인수하면서 투자회수(엑시트)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과 100% 자회사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커 두 저축은행을 합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로서 스마트저축은행과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은 투자 차원”이라며 “자회사 흡수나 합병 등은 나중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저축은행과 더불어 신탁사와 자산운용사 인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국제자산신탁과 동양자산운용이 진행한 사전수요조사(태핑)에 참여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이 국제자산신탁과 동양자산운용에 대한 태핑을 마무리했다”며 “본격적으로 인수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 인수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자금 마련과 자본비율 하락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국제자산신탁과 동양자산운용의 매각가를 25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자산신탁은 지난해 우리은행이 관심 매물로 검토하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중단했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대해서도 태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자산운용은 ABL글로벌 자산운용과 패키지로 딜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비율 하락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덜 들이고 자회사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부동산신탁사와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게 제격”이라며 “지주사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는 게 우리금융으로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어느 증권사를 노릴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005940))을 매각한 후 계열사에 증권사가 없다.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는 곳은 교보증권(030610)이다. 기타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금이 1조원에 근접해 규모가 가장 큰데다 회사의 브랜드 가치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지난해 우리은행으로의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룹계열 대형증권사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이 증권사는 과거 매각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는 데다 우리은행과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양측의 뜻만 잘 맞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외에도 SK증권(001510),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사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으로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증권사를 원할 것”이라며 “삼성이나 교보 모두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과거를 생각하면 우리금융이 중소형사를 인수해봤자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며 “계열사간 강력한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 삼성증권 정도는 돼야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우리종금을 증권사를 전환한 뒤 중소형사를 인수해 합치는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라이선스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한 뒤 SK증권이나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대해 인수의사를 타진할 수 있다”며 “최근 매각 난항을 겪고 있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도 우리금융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