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 이민호 "구준표, 욕 더 먹을 줄 알았어요"(인터뷰①)

by박미애 기자
2009.01.16 12:40:17

▲ 이민호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구)준표가 더 많이 욕먹을 줄 알았어요."

KBS 2TV 월화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처음 공개됐을 때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사람은 이민호가 연기한 F4의 리더 구준표였다.

워낙 원작 만화의 인기가 높았고 극중 F4라는 꽃미남 4인방 중 한국판 드라마에서 구준표라고 이름을 바꾼 원작의 도묘지 츠카사가 가장 주목을 받았던 터라, 원작에 대한 동경이 컸던 팬들에게 구준표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 없었다.
 
원작 팬들에게는 도묘지 츠카사가 F4 중 가장 멋진 인물로 이민호가 자칫 어설퍼 보였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또 도묘지 츠카사는 초반 여자 주인공을 가장 괴롭히는 인물인 만큼 드라마를 통해 '꽃보다 남자'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에게는 밉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2회가 방송된 후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는 구준표에 대한 반감은 호감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이민호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F4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았지만 지금은 출연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민호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여유도 엿보였다.



"인기요? 촬영이 바쁘게 진행돼서 크게 실감은 못해요. (기자의 거듭된 질문공세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 제가 싸이월드를 하는데요.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하루 3000~4000명 정도에서 지금은 거의 50 배 늘었어요."

'꽃보다 남자' 방영 이후 하루 20만~30만 명의 방문자들이 이민호 미니홈피를 다녀간다. 이민호의 높아진 인기를 대변하는 수치다.



사실 첫회가 방송된 직후에는 미니홈피 방명록에 '이름이 구준표가 뭐냐', '머리는 왜 저래', '재수 없어', '혜선언니 괴롭히지마' 등등의 글도 적잖이 올라왔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준표가 더 오래, 더 많이 욕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민호에게는 뜻밖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분 좋고 감사하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얼떨떨해요."
▲ 이민호


이민호가 이 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역시 결코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겪었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의 촬영을 끝내고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정일우와 여행을 갔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어 1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이어 2007년 출연한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는 주인공이었지만 조기종영됐으며 이후 드라마 '아이 엠 샘', '나도 잘 모르지만',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 '울학교 이티' 등 사고 후 2년간 많은 작품에 모습을 비춰 이 중에서 몇몇 작품은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9년 새해를 '꽃보다 남자'로 대박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스무 살 때 당한 교통사고로 1년간 쉬었을 땐 몸이 아픈 것보다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해 승승장구하는 (정)일우를 보며 조바심도 많이 났었고요."

하지만 이민호는 그 사고로 정일우와 더 각별해졌으며 많이 성숙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요즘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 외에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앞으로 20회 분량이 더 남은 데다 드라마 촬영이 워낙 바쁘게 진행되다 보니 '꽃보다 남자'에만 전념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항상 연기가 부족하단 생각에 틈틈이 원작 만화를 콘티 삼아 그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구준표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꽃보다 남자' 생각만으로 벅차서 다른 작품이나 역할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다음 작품에선 좀 더 임팩트가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물론 구준표도 강한 캐릭터이지만 제가 볼 땐 유아틱한 모습이 더 많은 친구거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