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김숭늉 작가 "소수가 두렵지 않은 사회됐으면"

by김정유 기자
2017.08.05 06:00:00

레진코믹스에서 '유쾌한 왕따'로 심오한 주제 던져
'뺏기는 자'에서 '뺏는 자'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줘
'다수의견이 언제나 옳은걸까' 의문도 주제에 담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김숭늉(이하 김): 처음부터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기획은 4컷 만화 형식의 가벼우면서 우울한 분위기의 개그물이었어요. 평소 좋아하던 작품인 ‘자학의 시’ 같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획에 살이 붙어가면서 ‘웃어야할지’는 빠져버리고 우울하고 무거운 지금의 이야기가 돼 버렸네요. 애초에 개그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김: 1부를 마무리해갈 즈음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1부는 작은 집단이 밀폐된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보니 집단과 개인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공간과 집단을 더 크게 설정해서 주제를 더 강조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뉴스에서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이나 임대아파트 주민들과의 불화를 다룬 내용이 나오더군요. 아파트가 주민들만의 배타적인 성처럼 느껴졌고 이걸 소재로 1부에 못 다한 이야기를 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왕따였던 주인공 ‘동현’이 처음으로 집단 안에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그 집단이 향하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집단이 ‘뺏는 존재’라 할지라도 동현에게는 그 집단만이 자신을 품어주는 유일한 곳이기에 선악의 구분이나 가치판단을 할 여유도 없는 것이지요. 굳이 집어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태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최종적인 메시지라고 말해버리면 너무 그 메시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작품을 보실 것 같습니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전체’와 ‘개인’에 대한 이야기 정도라고만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목은 부끄럽지만 별 뜻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최초의 기획은 우울한 개그물이었고 그때 붙인 제목이 ‘유쾌한 왕따’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획기간 내내 ‘유쾌한 왕따’라고 부르다보니 딱히 제목을 바꿀 생각이 들질 않았어요. 독자 분들중에 제목에서 의미를 유추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럴 때마다 죄송스럽고 부끄럽습니다.(웃음)



김:영화 ‘미스트’를 20번은 본 것 같네요. 원래도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유쾌한 왕따’를 그리는 내내 ‘미스트’같은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갇힌 공간에서 사람들이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이 참고할 점들이 많았습니다.

김:‘달이 커져서(지구와 가까워져서) 재난이 발생했다’, ‘달은 사람들의 욕망이나 공포 같은 내면 깊숙한 곳을 상징하는 존재다’, ‘결국 재난은 인간의 욕망이나 공포가 만들어낸 것이다’ 등이라고 말을 하긴 하는데 말할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웃음) 솔직히 말해서 2부에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장치로 (달을) 만들었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딱히 그런 게 없어도 얼마든지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이 가능한 것 같아서 점점 중요도가 떨어져버린 소재입니다.

김:‘다수의 논리가 옳아서 사람들이 따르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논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수인 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유쾌한 왕따’에 그렸습니다. 물론 만화니까 재미를 위해 극단적으로 내지른 면이 있지만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편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차기작은 ‘사람 냄새’라는 좀비물입니다. 제목과 같이 끈적끈적하고 시큼퀘퀘한 사람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독자님들! 항상 부족한 작품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돈 벌어서 올해 결혼도 했어요.(웃음) 차기작도 많이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김숭늉 작가가 <이데일리> 독자들을 위해 ‘유쾌한 왕따’ 속 캐릭터인 ‘진국이’의 그림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레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