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푸틴은 왜 그랬을까

by장영은 기자
2022.10.13 06:51:24

핵위협 이어 우크라 전역에 미사일 공격 감행
"자존심 상처 입은 푸틴, 감정적·정치적 결정"
''푸틴의 전쟁'' 청구서는 모두의 몫…면밀히 대비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리시간으로 지난 10일 늦은 오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 미사일 80여기가 떨어졌다. 현지시간으로는 월요일 아침,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던 우크라이나인들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24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요 도시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포격은 개전 초기에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연히 핵 위협을 이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진= AFP)
우크라이나에 가해진 무차별 미사일 공격 이후 TV연설에 등장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크림대교를 폭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8일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고, 보복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고 비대칭적인 보복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임하는 푸틴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같은 대규모 공습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진영의 방공 시스템 추가·신속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또 본토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우크라이나인들의 항전 의지 역시 높였다. 군사적·전략적으로 러시아에 득이 될 것이 없는 결정이었던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지금 푸틴이 하는 것은 사소한 복수”라며 “개인적인 복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하고 있는데다 크림대교 폭발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푸틴 대통령이 필요 이상으로 감정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병합을 선언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로, 푸틴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업적을 보여주는 상징물과도 같다.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패배에 분노하고 있는 러시아 내 강경파들을 잠재우기 위해 ‘보여주기식’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어느 쪽이건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이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독단적인 돌발 행보가 초래하는 국제사회의 긴장 고조는 당연히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될 뿐 아니라 격화됨에 따라 국내 경제와 외교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직접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천연가스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될 경우 가스 대란이 아시아 지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된 와중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가며 핵 무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증가와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달러 강세 심화와 경기 침체 가능성 증대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한 사람의 결정이 초래한 전쟁 청구서를 세계 각국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키이우 공습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이 언제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격변의 시기를 맞아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