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도서관이 생활 SOC다

by양지윤 기자
2020.02.28 02:11:00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에서 나오는 시구다. 이 시에서 따온 도서관 이름이 은평 신사2동 ‘내 숲 도서관’이다. 이곳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최고의 시문학 도서관이기도 하다. 1년 8개월 전 개관한 내 숲 도서관은 한 달에 한번 클래식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민들은 동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힐링 된다. 주민들의 문화욕구가 채워지는 순간이다.

은평 신사2동은 관내 초·중·고교가 6개나 있음에도 변변한 도서관이 없는 지역이었다. 이에 6년 전 2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직접 문화복합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건립 요청을 서명했다. 당시 필자는 시의원으로서 이 도서관의 건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신사 근린공원 내 시유지를 구유지와 교환해 부지를 확보했고 주민들도 나섰다. 신사 2동 주민들은 도서관 개관 준비위를 꾸리고 도서관의 방향과 내용을 토론하고 준비 했다. 그 결과 도서관은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윤동주 시인의 시구를 딴 ‘내 숲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출발 했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주민이 운영에 동참하는 주민참여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또한 아이들의 꿈을 새기는 장소로 자리매김 됐다.



이 곳은 뒤편에 비단산이 있는데 경사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잘 어우러진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 도서관 설계를 한 건축가는 2018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은평의 도서관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생활 SOC는 생활 사회간접자본으로 공간·개발 중심의 대규모 SOC와는 다른 개념으로, 국민 생활 편익 증진시설인 도서관, 공원시설, 의료시설, 보육시설 등 삶의 기본 전제가 되는 시설 등을 말한다. 은평의 대표적인 도서관인 구산동 도서관마을도 생활 SOC의 표본이다. 이 도서관은 건축 기획부터 예산 확보, 건립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세운 도서관이다. 이곳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 참여와 협치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인류가 보편적인 지식 교양을 쌓을 수 있는 터전이 돼 왔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책들은 인류의 희망을 가져다 준다. 스마트폰의 검색 기능이 아무리 인간의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어도 도서관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은평은 8개의 구립도서관을 비롯해 72개의 작은 도서관에 직간접적인 도서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한 도서관 정책을 꾸준하게 펴고 있다.

도서관은 이제 생활 SOC의 한 영역으로서 주민들의 한복판인 동네마다 많이 세워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서울시와 정부가 더욱 주도해서 끌고 가야 할 정책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10분 동네 생활 SOC 사업’에 은평구 수리마을이 생활기반복합시설로 선정된 바 있다. 이곳에도 작은도서관이 생겨 주민들의 문화적 니즈를 채워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최근 관내에 있는 도서관이 ‘코로나 19’로 인해 문을 닫고 있는데, 빨리 이를 해결해 많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생활 SOC는 기초단체만의 힘으로 완성되지 못한다. 서울시와 정부의 생활 SOC 사업활성화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