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요? 지구를 구하는 귀한 소재입니다"
by노희준 기자
2024.04.15 06:07:00
친환경 펄프몰드 생산 기업 '나누' 이윤노 대표 인터뷰
감귤이나 맥주 부산물 등 활용해 펄프용기 생산
친환경 코팅 기술 국내 유일 보유...대형백화점에 납품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친환경 제품은 불편하고 비싸고 기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종이 빨대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더 좋은 가격, 더 좋은 품질, 더 편리한 친환경 일회용품으로 지구를 구하고 싶습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펄프용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나누’의 이윤노 대표는 ‘쓰레기를 활용한 환경문제 해결’을 꿈꾼다. 나누는 버려지는 감귤 껍질이나 맥주 부산물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는 100% 생분해성 펄프용기를 생산한다. 펄프용기는 종이 원료인 펄프로 만든 포장용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게 계란판이다. 나누의 펄프몰드는 이보다 품질이 훨씬 좋아 햄버거와 음식, 화장품 등을 담는 데 쓴다.
이 대표는 “제주도의 감귤 껍질이 연간 5만~10만t씩 폐기되는데 감귤껍질은 땅을 산성화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맥주 부산물도 사료로 쓰기도 하지만 버려지는 게 많아 이를 활용해 용기와 패키징(포장)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펄드몰드 생산은 나누만이 하는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차별성은 천연소재와 친환경 코팅(얇은 막으로 표면을 처리하는 기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있다. 이 대표는 “감귤과 맥주 부산물, 왕겨 등 주문처가 요청한 천연소재 원료를 펄프와 섞어 펄프몰드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면서 “펄프몰드에 친환경 코팅(얇은 막)을 진행해 보다 높은 기능성을 구현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종이 용기에 물 등을 담으려면 용기가 물에 젖지 않고 찢어지는 않도록 표면을 코팅해야 한다. 대부분 폴리에틸렌(PE)으로 처리하는데 나누는 땅에 묻으면 썩어서 재활용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코팅하는 기술이 있다. 나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몰드 코팅 장치 및 이를 활용한 코팅 방법’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펄드몰드 공정을 혁신해 단가를 플라스틱보다는 비싸지만 일반적인 바이오 친환경 소재보다는 25% 정도 낮췄다”며 “이달부터 국내 대형백화점 중 한 곳의 식품관에서 채소와 육류, 생선 등을 담는 용기를 저희 제품으로 바꾸기 시작해 파일럿(검증테스트)이 끝나면 전 지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나누는 6월부터 일본의 대표적인 무역상사에도 펄프몰드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 도시락, 배달, 컵라면 용기 등 식품 용기에 집중하고 중장기로는 화장품 용기(로션, 샴푸 등을 담는 용기)로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며 “화장품 용기는 제품가의 40%까지가 포장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펄프몰드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누는 보건학을 전공하고 대학병원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이 대표가 해외에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활동을 하던 중 환경 문제 심각성을 몸으로 느껴 창업한 경우다.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개발자로 있는 충남대 교수와 공동 창업했다. 나누는 이제까지 누적 1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