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권여당이 ‘경선 일정’으로 분열할 때인가

by이정현 기자
2021.06.21 06:00:00

당내 계파 대결로 번진 민주당 경선연기론
변수가 싫은 이재명 vs 시간 벌려는 이낙연·정세균
아전인수 당헌·당규, 민생 놓치고 정권재창출 글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일정을 두고 대권주자간 기싸움이 계파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간접적인 주장에 그치던 양측의 다툼이 어느덧 ‘막말’ 수준으로 수위가 올랐다. 지난주 이낙연·정세균·친문계 의원 66명이 경선 일정 논의를 이유로 의총소집을 요구하면서다. 당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내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당헌·당규 준수를 내세워 ‘일정 변경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경선연기론이 본격화되자 이 지사 측 인사들은 “가짜 약장수” “동굴에 갇힌 자들의 탐욕” “전략이 아닌 정략” 등 듣기 민망한 표현들이 쏟아냈다. 경선연기 논쟁의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경선 흥행을 이유로 순연을 주장한다. 당헌·당규를 다르게 해석한 게 눈에 띈다. 이들은 경선과 관련해 당헌에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경선 일정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전당대회 △경선일정과 겹치는 올림픽과 휴가일정 △야당 경선일정과의 비대칭에서 감내해야 할 리스크 △혁신적 경선방식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이 주장하는 ‘상당한 사유’다.

당헌·당규를 놓고 한쪽은 원칙을, 다른 쪽은 달라진 상황에 따른 유연한 판단을 요구하는 것인데 목적은 같다. ‘우리 후보’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선두주자는 변수의 등장이 싫고 후발주자는 역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경선 일정을 손대다 ‘경선룰 개정’까지 가는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이 역시 계파별로 아전인수격 접근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로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는데 집권여당이 경선 일정을 놓고 왈가왈부할 일인지 의문스럽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는 여전히 국회에 발목잡혀있고 부동산 세제 정책도 이제 첫발을 뗐다. 민생을 놓치면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재창출은 어렵다. 미래 비전을 경쟁해야 할 대권주자들이 경선을 언제 치르느냐를 놓고 논쟁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