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술·과자·반찬이 집으로'... 구독경제 확대

by신현지 기자
2020.09.14 00:10:45

코로나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족 증가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 넘어 구독 경제 확장까지
판매량 전년대비 10배 증가…코로나 영향
소비자 “좋은 상품을 추천해서 보내주니 믿고 맡긴다”

“인터넷 주문도 번거로웠는데 매달 선별된 제품이 알아서 배송 오니 편하고 좋아요”

이지연(29·가명)씨는 현재 한 전통주 판매 사이트의 술 구독 서비스를 지난 7월부터 이용하고 있다. 친구들과 집에서 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이씨는 매달 하루 술이 배송 오는 날을 기다린다. 그는 “종류가 다양한 술들이 배송되니 술자리에서 인싸가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제품(사진=술담화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쇼핑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1분기 전체 카드 매출액과 매출 건수를 분석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형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쇼핑 이용액은 지난해보다 41% 증가했으며 홈쇼핑 매출도 19% 늘어났다.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일에서 지난 6일까지 당일배송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어났다.

비대면 소비 증가구독 서비스도 함께 인기

온라인쇼핑시장의 성장과 함께 특정 상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구독경제시장도 커지고 있다. 구독경제를 하는 상품도 속옷, 전통주, 생리대, 꽃, 수입 과자, 양말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데친 나물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물투데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사이트 온라인 접속량이 늘어 구독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나물투데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초반에 확 판매량이 증가했다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상품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업체인 ‘술담화’도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구독자 수를 비교했을 때 전년 동기 대비 10배가량 구독자가 늘어났다.

세계 과자 구독서비스 업체인 ‘스낵트립’도 올해 1월보다 매출이 6월 79%, 7월 319%, 8월 411% 각각 증가했다. 임두성 스낵트립 대표는 “미국, 유럽에서 구독경제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한국도 구독 모델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다양한 간식을 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매달 자신이 선택한 제품을 쉽게 배송받아볼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었다.(사진=나물투데이 캡처)

소비자들 물건 고르기 귀찮을 때 편리

소비자들은 밖으로 나가 물건을 고르지 않아도 알아서 좋은 제품이 배송 온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김시원(30·남)씨는 “매번 반찬을 해 먹기 귀찮은데 나물을 데쳐서 배송하니 간편하게 건강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세계 과자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지영(28·여)씨는 “매달 상자를 열면 과자가 쏟아져서 기분이 좋다”며 “세계과자점을 굳이 찾지 않아도 집으로 배송이 오니 편하다”고 전했다. 정모씨(32·여)도 “해외여행도 못 가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데 한 달에 한 나라씩 간식으로라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각종 SNS에도 정기 구독 서비스에 대한 게시글들과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누리꾼들은 “매월 새로운 제품들이 와서 재미있다”, “매달 생일선물을 받는 것 같다”며 구독 서비스에 대해 호평을 남겼다.

술담화 이재욱 대표는 “매월 정해진 날에 술이 선물처럼 도착하니 기분 좋아하신다”며 “때에 맞춰 친구들을 초대해 홈파티를 하거나 부부 모임을 갖는 등 다채롭게 이용하신다”라고 전했다.

나물투데이 서재호 대표는 “소비자들이 어떤 반찬을 만들지 고민도 안 하고 싶어 하시고 요리에 대한 부담도 없애고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의 인터뷰에서 IT(정보기술)산업의 미래를 ‘구독 경제’로 꼽았다.

여 대표는 "구독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 규모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야에서 구독화시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업에서 발생되고 있는 구독경제가 상당히 활성화될 것 같다"고 답하며 구독경제의 가능성이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