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일자리 창출 해법은?…‘규제·노동개혁’ Vs ‘재벌개혁’

by김정민 기자
2018.01.02 06:30:00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익 독점 대기업이 투자 늘려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청년창업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동응 경총 전무 "일자리 창출, 모든 분야 규제 재검토"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 "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해야"

[이데일리 강경래 윤종성 박태진 기자]

노동,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을 대표한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고용절벽을 뛰어넘기 위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공정’, ‘개혁’ ‘대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다만 3가지 키워드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달랐다. 노동계는 재벌개혁을, 경영계는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 회장),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한 목소리로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이 전무는 “일자리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산업이 활성화해야 새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는 커녕 기존 산업의 경쟁력마저 저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부 규제부담 순위를 137개국 중 95위로 평가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서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개는 한국에서였다면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을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부원장은 “고용유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이사장 또한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청년 창업이 불합리한 규제에 발목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을 정책이 앞서갈 수 없다”며 “정책이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면 혁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 일변도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스타트업들이 혁신기술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우선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전무는 “현재의 일자리 상황에서 신산업에 특정한 규제개혁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원격진료 금지, 은산분리 규제,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등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는 스마트 헬스케어, 핀테크,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산업, 신기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규제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에 대한 요구 또한 높았다. 이 전무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법과 제도로 인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또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취업에 어려움이 없던 시절, 취업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제정한 정규직 보호위주의 노동법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계약과 근로형태, 일하는 방식이 다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자동화 무인화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정규직 과보호를 해소하지 않으면 기업의 인건비 절감 투자가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부원장은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불평등’을 지목했다. 그는 “100대 대기업은 전체 고용의 4%만 담당하면서 이익은 60%를 가져간다”며 “대기업은 계속 부를 축적하고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돈을 풀고 투자를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하청간 불공정거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등 불공정한 산업 및 노동구조 혁파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로 제시됐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집 고쳐주고 연탄 지원하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하청업체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공정거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는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노동자들을 조직화해 이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향샹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 역시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라 현격하게 벌어진 임금격차 축소 등은 기업의 노력 뿐 아니라 고임금 노동자의 협조가 병행되지 않고서는 실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엄격한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전 사회적 공감과 합의, 강력한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게 혁신의 성과가 온전히 돌아가고 재투자와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 공동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15년 ‘9·15 사회적대타협’ 을 이끌어낸 사회적 대화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 이사장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공교육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