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국배 기자
2023.12.12 05:00:00
출범 1년간 4만3000여명 신청
하루 평균 103명꼴…채무액 6.9조
평균 70% 원금 감면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IMF 등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7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출시한 산소수 기기(가정용 정수기)가 호평을 받자 기대에 부풀었던 A(66)씨는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주저앉았다. 집합금지 행정명령으로 방문판매업 자체가 중단되며 판매 사원 월급은커녕 임대료조차 낼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3년 동안 이어지면서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됐고, 빚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혼자서 발버둥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결국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도움을 받았다. ‘새출발기금’을 신청해 채무 원금의 78%를 감면받고 10년에 걸쳐 월 29만원씩 분할 상환할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가정주부 B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해 보습학원과 분식집을 열었다. 나이 마흔에 얻은 막둥이까지 세 아이를 키우려면 수입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에 적자가 계속됐다. 빚은 늘어만 갔고, 잦아진 부부싸움에 이혼 후 싱글맘이 됐다. B씨는 “오전 9시만 되면 어김없이 울려대는 카드사·은행의 전화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 자포자기하고 있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했다. B씨가 갚아야 하는 돈은 보증금 담보대출을 제외하고도 1억원에 달했지만 새출발기금을 통해 80%를 감면받았다.
국제회의 기획업과 회의 장비 렌털, 파티 케이터링 등을 영위하던 50대 C씨의 회사에도 코로나는 재앙이었다. 팬데믹 이전에 남아있던 운영 자금으로 반년은 버텼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져 곧 추가로 빚을 내야 했다.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고 남은 건 회사 이름과 빚뿐이었다. C씨는 “2년을 버티면서 가족 같던 직원들을 하나 둘 떠나보낼 때는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듯 했다”며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며 삶의 최후 경계 지점에서 아슬아슬하게 견뎠다”고 했다. 그의 재기를 도운 건 ‘채무조정 상담을 진행하라’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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