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주 부진한데 잘나가네"…서학개미 주목한 '이곳'

by김응태 기자
2023.06.10 09:00:00

[주목!e해외주식]인디텍스
2024회계연도 1Q 순익 54%↑
재고회전율 의류업체 중 최고
소비 부진에도 나홀로 실적 호조
생산 리드 타임 축소로 재고 축소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가 호실적을 시현했다. 소비 침체로 의류 시장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차별화된 성적을 거뒀다. 증권가에선 빠른 재고회전율로 점철된 생산 프로세스를 토대로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벨기에에 위치한 자라 점포 간판. (사진=AFP)
심지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인디텍스의 2024회계연도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76억유로, 순이익은 54% 늘어난 12억유로를 시현했다”며 “적은 할인 필요성 및 운영 레버리지 발생에 따라 마진이 단계별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재고 증가율도 5% 수준으로 둔화했다. 재고회전율은 주요 의류업체 사이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상반기 시즌 제품의 호조로 실적 성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고정통화 기준 매장 및 온라인 매출은 16% 성장하는 등 2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디텍스의 실적 호조는 다른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흐름이라는 평가다. 임의재에 대한 소비 심리가 본격 악화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고 정상화 과정이 연장돼 하반기에도 할인을 해야 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심 연구원은 “최근에는 대다수가 매크로(거시 경제)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어 펀더멘탈만으로 바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피어그룹의 하락세와 분리된 룰루레몬, 인디텍스 등 일부 업체의 가격 결정력 혹은 비즈니스 구조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인디텍스가 이처럼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던 건 경쟁 업체와 다른 사업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통상 브랜드사는 기획, 생산 발주, 출시 등 일련의 과정이 1년 이상 소요되며 출시 후 시즌별 재고가 시장에서 소진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인디텍스는 출시까지 평균 2개월 미만이 소요되며 재고의 6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해 리드 타임을 짧게 줄이고 회전율을 높였다. 이는 궁극적으로 할인의 필요성을 줄이고 높은 마진 구조를 갖추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높은 재고회전율은 바탕으로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심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팬데믹 동안 진행된 매장 수의 구조조정은 이를 뒷받침해 공간당 생산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