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중해 정원서 열대 정글로, 여기는 동화 속 '원더랜드'

by강경록 기자
2021.04.23 06:00:00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을 가다
'국립'이란 두 글자 붙은 세개 수목원 중 하나
축구장 90개 규모로, 총 20개의 전시원 들어서
사계절 전시 온실만큼은 국내 최대 규모 자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티브 특별전시 인기

국립세종식물원의 사계절온실 외관.


[세종=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상. 우리네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코로나19의 산물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숨쉰다’는 행위도 더 이상 편하지 않은 세상. 답답한 공기를 해소하는 ‘숨’이 되고, 때로는 ‘쉼’이 되는 안식처가 그리워지는 시기다. 지난해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목원 곳곳에 들어선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삭막했던 마음도 자연스레 치유된다. 서로의 향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 상큼한 나무 향과 눈부신 햇살을 즐기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강소형관광지로 선정한 국립세종식물원의 사계절온실 외관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세종시 도심 한가운데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 산림청에 등록된 수목원(68개) 중 ‘국립’이란 두 글자가 붙은 세개의 수목원 중 하나다. 나머지는 국립수목원(경기 포천),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 3대 국립수목원 중 국립세종수목원은 가장 막내인 셈이다. 깊은 산속에 틀어박힌 국립수목원이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달리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형 수목원’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규모도 다른 국립수목원보다 작은 편이다. 축구장 90개 규모(65ha)로, 총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이 들어섰다. 규모는 작지만, 온실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와 기후대가 다른 지중해식물과 열대식물 전시와 교육을 통해 식물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식물을 중심으로 한 주제별 기획전시회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만나 문화를 형성하고 교류하는 공간이다.

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의 열대우림온실. 마치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덥고 습하지만, 다양한 열대 식물들을 만나다보면 정글 탐험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관으로 나뉘어 있다. 지중해전시온실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재현했다. 이곳에서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본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온실로 들어서면 지중해 기후답게 서늘하고, 건조하다. 입구부터 푸릇푸릇한 나무와 형형색색 꽃들이 탐방객을 반긴다. 부겐빌레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어, 스페인의 예쁜 정원에 들어선 듯한 기분. 중생대 쥐라기 시대부터 오랜 기간 살아온 올레미 소나무와 그 옆으로 물병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열대전시온실로 들어서면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온실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열대 우림에 들어선 듯 덥고 습하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덱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온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식물은 수령 300년가량 된 거대한 ‘흑판수’. 주로 칠판이나 연필, 악기재료 많이 쓰이는 나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옆으로 바나나와 파파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화려하거나 크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식물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는 ‘식충식물’.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로, 그중 ‘사라세니아’는 기다란 관처럼 생긴 잎에 벌레가 떨어지면 소화 효소로 분해한다.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황금 연꽃 바나나’는 몇 달씩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열매를 맺는다. ‘하와이 무궁화’ 종한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빨간 ‘산호 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



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 중 특별전시실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식물과 꽃으로 함께 해석해 구현했다
누구나 동화속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는 곳

특별전시구간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구간이다. 현재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연출한 기획 전시, 꽃과 자연의 변화를 신비로운 움직임으로 형사화 ‘미디어 아트전’, 그리고 조지 오웰 작가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한 허윤희 작가의 ‘숨쉬러 나가다’ 초대전을 만날 수 있다.

특별 전시의 메인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기획전시. 식물과 꽃으로 동화를 재해석해 구현해 놓았다. 자칫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꽃 속에 앨리스의 장식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작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 동화 속 세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누구나 화사한 정원 속에서 ‘앨리스’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화려한 색감의 꽃밭 속에 체스판을 가로막은 동화 속 트럼프 병장이나, 앨리스가 탔던 찻잔 등은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이다.

국립세종식물원 사계절온실 중 특별전시구간은 탐방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다. 사진은 한국 정원의 사계절 모습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모습.


전시 중앙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 ‘원더랜드’로 들어가는 앨리스처럼, 문을 활짝 열면 평범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 펼쳐진다. 한국 정원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모습을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로 구현했다. 계절의 변화마다 아름다운 꽃과 나뭇잎들이 흩날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360도 파노라마에 별빛으로 물든다. 홀 중앙부에 위치한 모래 쌓인 간이 정원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흥미를 돋운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사계절전시온실에서 나와 ‘청류지원’을 건너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중 정원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한국전통정원’이다. ‘솔찬루’라고 적혀 있는 현판과 웅장한 기와지붕이 눈길을 끌지만, 전통적인 배색 기업을 살려서 지어 과하지 않은 절제미가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은 분재를 전시한 분재원과 희귀 특산식물 전시 온실도 볼거리. 또 수목원에는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도 있다. 족보를 따지자면 4대손이다. 다른 후계목들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것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류지원은 수생식물의 천이와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 물은 금강에서 와서 금강으로 흐른다. 이 물가로 흰뺨검둥오리 같은 새들이 날아든다.

창덕궁 후원을 재현한 한국전통정원


여행메모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국립세종수목원의 관람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동시 관람 입장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동시간대 입장객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국립세종식물원의 야생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