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캐시슬라이드'로 현지서만 220억 벌었죠"

by김정유 기자
2017.02.24 05:00:00

박수근 NBT 대표 인터뷰… 캐시슬라이드 중국판 '쿠화'로 성공가도
현지화 통해 ‘만리장성’ 넘어… 올해 미국시장서 의미있는 성과 기대

박수근 NBT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BT)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철저한 현지화로 까다로운 중국시장에 성공적인 진출을 했습니다. 올해는 중국에서의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을 겁니다.”

최근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이 현지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중인 업체가 있다. 국내 모바일 잠금화면 애플리케이션 ‘캐시슬라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NBT다. 잠금화면 앱으로 국내 시장을 평정한 ‘5년차 스타트업’ NBT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박수근(32) NBT 대표는 “2014년 중국에 론칭한 중국서비스 ‘쿠화(Coohua)‘가 지난해 원화 기준으로 약 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국내 서비스인 캐시슬라이드를 단순 번역한 것이 아닌, 중국 특성에 맞춰 모든 것을 바꿨더니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NBT는 2012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캐시슬라이드를 출시해 관련 시장을 창출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접하게 되는 잠금화면을 플랫폼 삼아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리워드(보상) 개념까지 접목해 인기를 끌었다. 캐시슬라이드 앱을 깔고 잠금화면만 밀면 소정의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서 17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NBT는 2015년 기준 5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으로 국내 모바일 광고 단가가 내려가면서 500억원 수준(잠정치)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2014년 중국에 쿠화란 이름으로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는 “중국시장 진출 이전에 일본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단순하게 번역만 해서 론칭했더니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글로벌 진출은 결국 현지화와 현지 파트너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패를 교훈 삼아 중국 서비스를 별도로 만들어 출시했고 현지 사용자들을 향한 브랜딩 작업도 국내와 전혀 다르게 했다”며 “국내에서는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불신이 팽배한 중국에서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내세웠더니 호응이 일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조직 자체도 현지화했다. 박 대표는 “중국은 모바일 기기마다 운영체제(OS)가 다 다르고 서비스 전달 수단도 복잡하기 때문에 더욱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중국법인에 100여명의 인력이 있는데 한국 사람은 1명뿐이고 모두 현지인이다. 모든 경영적인 판단도 중국법인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중국법인이 국내 시장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말 정도에는 중국 매출이 국내를 넘을 것”이라며 “성공적인 진출을 했다지만 중국에서는 아직 더 성장해야할 단계인만큼 서비스 최적화 작업과 제휴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근 NBT 대표가 중국에서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사업에서 큰 성장세를 기록한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NBT)
NBT는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의 약자다.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 앞날을 위한 새롭고 큰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박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겼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던 모바일 잠금화면을 사업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무조건 접할 수 밖에 없는 잠금화면이 2012년 창업 당시만 해도 그대로 버려져 있더라”며 “이를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미디어로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표는 모바일 이용자들을 잠금화면 플랫폼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도구’를 모색했다. 바로 보상 시스템이었다. 박 대표는 “보상 시스템을 탑재한 후 캐시슬라이드는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서비스 가운데 7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며 “운이 좋게도 2015년에는 모바일 마케팅 전쟁이 일어나면서 광고 단가가 올라 외형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캐시슬라이드 서비스 개선도 진행한다. 그는 “올해는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준개인형으로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이라며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도 가속화한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제2의 글로벌 성과’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시장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베타 서비스를 가지고 진출한 미국에서는 영어권에 특화된 형태로 약 1년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올해는 미국에서도 의미있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우선적으로 중국과 미국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향후에는 일본과 대만, 영미권, 동남아시아 시장까지도 단계적으로 진출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