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조사-심의 부서간 인사이동 ‘원천봉쇄’

by강신우 기자
2022.11.24 05:30:01

정책부서 무조건 거치는 방안 검토
심의 기능 독립성·공정성 강화 기대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비(非)조사 부서간 인사이동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인사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와 심의 기능을 엄격하게 분리해 심의 기능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2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그간 공정위는 조사와 정책이 합쳐져 있어 조사관이 심의부서로 곧장 인사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조사와 정책 업무 분리 후에는 정책부서를 ‘칸막이’로 활용해 조사관이 정책을 거쳐야만 심의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법집행 혁신·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연말께 발표를 목표로 조직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조사, 정책, 심의 기능을 분리해 각 기능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심의·의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인사안은 조사와 정책기능을 분리해 조사부서 직원이 심의 관련부서로 이동하려면 정책부서를 반드시 거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책부서가 조사와 심의기능 간 일종의 ‘칸막이’가 되는 셈이다. 공정위 내 부서간 ‘순환보직’이 이뤄지면서 조사와 심의 기능이 최소한의 독립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그간 공정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본지 기사 [어제까진 ‘조사관’, 오늘부턴 ‘심판담당관’..“독립성은 양심에 맡겨”] 참조>



현재 공정위에선 사건과 비사건부서로 나눠 인사이동을 한다는 원칙을 정해놓긴 했지만, 정책과 조사기능이 한 데 섞여 있는 현 조직 하에선 사실상 인사 이동이 자유로웠다. 이를테면 사건 부서 직원이 비사건부서로, 비사건부서였던 직원은 사건부서로 인사이동이 이뤄진다. 사건과 정책을 모두 다루는 시장감시총괄과의 경우 심의 관련 부서인 심판관리관실로 곧장 인사 발령나기도 했다.

공정위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조사와 비조사 부서간 직접적인 인사이동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공정위 밖의 심결 독립성 우려에 따른 신뢰성 회복 차원이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안은 조사와 정책 기능이 분리된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심결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안이 될 것”이라며 “순환보직에 따른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조사의 책임성을 강화한 ‘사건 실명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은 조사와 정책업무가 얽혀 있어 사건 초기 조사 등의 업무는 국·과장이 배제된 채 조사관 1명이 도맡아왔다. 이 때문에 조사권 남용이나 투명성, 기업 방어권 보장 등에서 불만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국·과장들이 초기부터 사건에 관여해 사건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책임성을 더 부여하겠단 구상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사건을 조사하던 조사관이 심판부서로 인사 발령이 나서 해당 사건을 담당한다거나 하는 등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공정위의 인력 규모가 기능 분리를 했을 때 각 기능의 전문성이나 효율성을 살리면서도 인사까지 잘 할 수 있을 정도가 될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