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잠재 실업자 237만명 사상 최대…고용시장 복귀 어쩌나

by이명철 기자
2021.01.14 00:00:00

코로나19 여파로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
‘구포자’ 60.5만명 20년만 최대…일시휴직도 83만여명
확장실업률 급증, 고용시장 부담…“재취업 대책 시급”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는 ‘잠재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구직활동도 없이 “쉬고 있다”는 사람들은 230만명이 넘었고 비자발적 이유로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있는 일시휴직자는 83만여명에 달한다. 둘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다시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직원들이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 상담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할 곳도, 일거리도 없다” 쫒겨나는 직장인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는 1677만3000명으로 전년대비 45만5000명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49만4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237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13.5%(28만2000명) 증가했다.

쉬었음이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육아·가사·학업 등에도 참여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계층을 말한다. 해당 인구가 230만명을 넘은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계속된 코로나19 사태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취업을 희망하지만 노동시장의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60만5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로 분류는 됐지만 손에서 일을 놓은 사람들도 상당수다. 지난해 일시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전년대비 105.9%(43만명) 급증하며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일시휴직자란 직업이나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일시적인 병, 휴가 등 외부 요인으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계층이다. 지난해 경기 충격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무급휴직에 들어간 기업이 늘면서 일시휴직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1차 확산 여파가 컸던 지난해 3~5월에는 월간 일시휴직자수가 100만명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전년대비 0.2%포인트 오른 4.0%를 기록했지만 쉬었음 인구나 일시휴직 추이를 감안할 때 실업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 뿐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 중 잠재취업가능자와 잠재구직자까지 포함한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3.6%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 이후 사업구조 재편 대비해야”

특히 쉬었음이나 구직 단념, 일시휴직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 시장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시휴직은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할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한다. 올해 상반기 월별로 100만명을 넘어가다가 하반기 들어 70만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무급휴직을 연장해 가면서 버티던 기업들이 견디다못해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실업자 급증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업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만큼 구직자들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재취업 교육에 힘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휴직이나 쉬었음 등 사실상 장기 실업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일자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면 고용 붕괴가 올 수 있다”며 “반도체·바이오 등 호조를 보이는 업종에 대한 직업 훈련을 대폭 늘리고 제조업·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