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업부, 무역안보국 신설 추진…전략물자 수출입 관리 강화

by김상윤 기자
2019.10.08 05:00:00

산업부, 무역안보과→무역안보국 격상 검토
일본 수출 규제 및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
전략물자 관리 미흡 인정한 셈.."명분·시스템 갖춰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월1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변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전략물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무역안보국’(가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등 무역분야에서 안보와 관련한 국제 제재가 늘어남에 따라 선제적으로 전략물자 수출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앞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면서당시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가 미흡하다는 주장에 대해 산하기관인 전략물자관리원을 통해 문제없이 전략물자 수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던 산업부가 뒤늦게 관련 조직 확대에 나선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7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무역정책국 소속 무역안보과를 격상해 무역안보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무역안보국내에 무역안보정책과, 무역안보관리과 등을 설치해 업무를 보다 세분화함으로서 보다 전문적으로 전략물자 수출입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는 대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전략물자 수출입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안보과는 현재 전체 구성원이 7명에 불과하지만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따른 전략물자 수출허가 △대이란 제재 및 교역·투자 관리 △전략물자 불법수출 관리 △자율준수체제(CP) 등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등 일제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무역 보복에 나선 이후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산업부는 현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현안 대응을 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산업부는 무역안보과에 인력을 추가 배치해 일본대응팀과 제도개선팀을 신설해 운영중이다. .



일본대응팀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짜거나 국제사회에서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고, 제도개선팀은 일본을 우리나라 백색국가에서 베제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만드는 등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조직이 아닌 임의 조직이다보니 적극적으로 전략물자 수출 관리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산업부는 수년전에도 무역안보국 신설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었다. 이전까지는 전략물자 관리업무의 중요도가 떨어진데다 수출 진흥이라는산업부 핵심과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수출은 진흥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량파괴무기 확산금지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산업부가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전략물자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산업부가 무역안보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산업부가 그간 전략물자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7월초 우리나라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명분 중 하나로 수출통제 관리실태가 미흡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략물자관리를 하는 인력이 100여명에 이르는 반면 산업부는 충분한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한채 전략물자를 관리하다보니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당시 “우리나라는 품목별 특성에 따라 산업부(산업용 전략물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 전용), 방위사업청(군용) 등으로 구분해 기관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전략물자 통제를 하고 있다”면서 “전략물자 허가·판정을 위해 110명의 전담인력이 3개 부처와 2개 유관기관에 배치돼 있고 대북 반출입 물품에 대해서도 14명의 인력이 별도로 있어 일본에 비해 규모 면에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무역안보국을 신설할 경우 자칫 기존에 내세웠던 일본 반박 논리가 꼬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일본이라는 변수때문에 꼬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