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빠진 사람들"..재창업 도전에 나선 이유는

by이유미 기자
2017.02.07 03:13:34

창업 성공시킨 후 다시 창업에 도전
"내가 잘하는 일은 회사 기반을 다지는 일"
카카오에 회사 매각 후 재창업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 붐과 함께 스타트업 열기도 활발해졌다. 당시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이들이 다시 재창업에 나서고 있다. 안정된 자리를 나와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왼쪽부터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이혜민 핀다 대표, 김지만 풀러스 창업자,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지난해 비대면 리스크 평가 솔루션업체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아이디인큐’를 창업하고 5년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아이디인큐는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인 ‘오픈서베이’를 출시해 5년만에 900여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성장기반을 다듬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표직을 황희영 전 부사장에게 넘겼다. 그는 한 달 뒤 다시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창업자가 계속 대표직을 맡아야할 필요는 없다”면서 “내가 잘하는 일은 회사를 새롭게 만들어서 회사 기반을 다져놓는 일이다. 이제 아이디인큐에는 회사·조직을 보다 키우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잘하는 대표가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물러나고 다른 창업에 도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핀다의 이혜민 대표도 연쇄창업가다. 이 대표는 2013년 눔 코리아 대표를 맡아 눔이 국내 시장에 안착시켰다. 다이어트 앱 눔은 2008년 미국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후 2013년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이 대표는 눔코리아 기반을 다진 후 회사를 나와 다시 개인별 금융상품 추천서비스 업체 핀다를 창업했다.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함 점을 해결하고자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담보대출을 알아보던 중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소득이 없으면 은행 상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 등이 소비자 상황에 맞게 서비스되는 경우가 부재하다는 것을 깨닫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를 창업한 김지만 전 대표도 2011년 쏘카를 창업한 후 4년만에 연매출 500억원의 회사로 성장시킨 뒤 대표직을 이재용 전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에게 넘겼다. 쏘카의 주요주주로만 있던 김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카풀 애플리케이션업체 풀러스를 다시 창업했다. 풀러스는 지난해말 누적이용자수 20만명을 달성하면서 성장추세를 달리고 있다.

연쇄창업자들 현황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 다시 도전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인수된 회사에서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2010년대 초반 회사를 카카오에 인수를 성공시킨 젊은 창업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지역중고물품 거래사이트 당근마켓을 창업한 김재현 대표, 인도·파키스탄 등지에서 스마트폰 잠금앱 ‘슬라이드’를 운영하는 42컴퍼니를 창업한 허승 대표도 현재 회사가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소셜커머스 모음사이트 ‘쿠폰모아’를 개발한 씽크리얼즈를, 허 대표는 소셜데이팅 앱‘ 너말고 니친구’를 개발한 울트라캡숑을 각각 카카오에 매각했다. 카카오에 인수된 위치기반 스타트업 로티플 창업자들도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도전에 연쇄창업자는 최근 현상은 아니다. 테터앤컴퍼니를 창업하고 구글에 매각한 노정석·김창원 창업자는 여전히 창업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2000년 포인트아이를 설립하고 상장시킨 후 2010년 O2O서비스 식신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김동호 대표는 “창업에는 항상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 설립단계를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 창업자가 있고 회사를 더욱 크게 성장시키는 창업자들이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에도 다양한 창업자들이 창업을 계속 이어가면서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