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뉴LG 3년]'안정 속 혁신' 인사 철학 앞세운 구광모

by신민준 기자
2021.06.23 06:00:00

DX·AI 등 미래 사업에 젊은 피 전면 배치…외부 인재도 적극 영입
"대표로 불러달라"…권위·관행 얽매이지 않는 모습으로 변화에 앞장
회의체·모임 간소·온라인화 등 조직 문화도 실용적으로 개선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3년 간 ‘안정 속 혁신’이라는 인사 철학을 앞세워 그룹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그룹의 변화가 구광모 회장의 ‘뉴LG’의 성장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외부인재 적극 영입으로 순혈주의 벗어나

구 회장 취임 후 그룹 내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이다.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외부 인재 영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실제 LG그룹의 외부 영입 임원 숫자는 매년 증가세다. 2016년 11명을 비롯해 2017년 12명, 2018명 13명 수준이었던 외부 영입 임원 수는 구 회장 취임 이후인 2019년 16명으로 늘었다. 외부 영입 임원 수는 작년에 23명으로 확대됐다.

외부 인재 등용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신학철 LG화학(051910)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LG화학은 2018년 11월 3M의 수석부회장인 신 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에 내정했다. 1947년 LG화학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외부 인사를 그룹 주요 계열사 한 곳의 수장으로 영입한 셈이기도 하다.

신 부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 중심의 재편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LG그룹은 신 부회장 외에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 허성우 BP코리아 대표와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장 전무로 김 스티븐 헨켈코리아 대표를 선임하는 등 외부 인재를 영입을 통해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홍락 미시건대 교수를 LG 인공지능(AI)연구원의 최고 AI 사이언티스트(CSAI, Chief Scientist of AI)로 영입하는 등 전체 외부 영입인재 중 약 30%를 빅데이터와 디지털전환(DX), AI 분야 등의 전문가들로 채웠다.



젊은 인재 미래사업가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

LG그룹은 또 젊은 사업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해마다 인사를 통해 젊은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LG그룹이 작년 말 정기 인사에서 신규 선임한 상무는 124명으로 전년 106명보다 17%(18명) 늘었다.

이 중 45세 이하의 젊은 신규 임원은 24명이다. 2018년과 2019년 정기 인사에서는 각각 21명을 승진시켰다. 최연소 임원은 지혜경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상무, 37세, 여성)이다. LG그룹은 2019년에 이어 작년에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으로 3명을 발탁했다. LG그룹은 2019년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 미래사업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후 조직 문화도 실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들에게 스스로를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하며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구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온라인화하고 보고나 회의 문화도 개선했다. 매 분기마다 400여 명이 참석해 진행했던 임원세미나는 100명 미만으로 참석자를 줄이고 매월 진행하는 LG포럼으로 바꿨다.

구 회장은 취임 후 맞은 첫 시무식도 기존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겨 진행했다.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임원만이 아닌 모든 직원들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작년부터는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전세계 25만명의 LG 임직원에게 디지털 영상으로 신년 인사를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LG는 하절기 복장을 안내하며 반바지까지도 허용하는 등 간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선대 회장 시절의 주요 인사를 중임해 조직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외부 인재 영입과 젋은 인재 전면 배치를 통해 혁신을 꾀하고 있다”며 “변화되고 있는 구 회장의 뉴LG가 얼마나 성장할 지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