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전기요금 인상 요인 왜 덮으려는가

by논설 위원
2019.11.14 05:00:00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에는 전기요금이 2017년에 비해 약 30%까지 오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승요인이 10.9%에 불과하다는 정부 주장과 큰 차이가 난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제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원전이용률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른 영향만으로도 2030년까지 발전비용이 2017년 대비 18.2~36.8%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률도 14.4~29.9%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내용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원전 가동을 줄이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림에 따라 발전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률을 낮춰 추정한 데는 의도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점이다. 또 하나, 누적되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정책적으로 억제하거나 뒤로 미룰 경우 한국전력의 부실화와 함께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한전은 이미 적자 수렁에 빠져 버렸다.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2080억원,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손실을 내며 부실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정부 정책에 따라 도입된 각종 전기료 특례할인을 모두 폐지하고 원가공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이러한 사정이 읽혀진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한전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견딜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솔직한 자세로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을 추진하려면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인상 요인을 적기에 현실화해야 한다. 아니면 탈원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인상 요인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야 하는 전기요금을 여론 동향을 살펴가며 결정한다면 그것이 바로 포퓰리즘 정책이다. 원전 비중을 줄일수록 발전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덮어둔 채 계속 값싸게 사용토록 해 주겠다는 허황된 약속을 조속히 거둬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