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행동주의와 함께 미래를 그리는 기업

by이슬기 기자
2019.07.18 05:10:00

카와사키기선, 실적 부진에 행동주의펀드와 회사 개혁나서
SM Ent, 이달 말까지 KB운용 주주서한에 답변
"SM, 주주행동주의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등 기대"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는 세상. 요즘 행동주의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해운업체 카와사키기선은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로부터 사외이사를 영입했습니다. 에피시모는 2015년 카와사키기선의 대주주로 올라섰고, 현재 지분 39%를 갖고있는 행동주의계열 펀드입니다. 기업들과 전면전을 벌이기까지 하며 숱한 이슈를 양산했던 옛 무라카미 펀드 출신자가 설립한 곳이죠.

지금이야 동료가 된 둘이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에피시모는 2016년 주총에서 무라카미 에이조 회장의 임원 선임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둘 사이가 껄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이 얼굴을 마주한 건 대규모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올해 초가 처음입니다. 신문에 따르면 무라카미 에이조 카와사키기선 회장은 에피시모 측과 첫 만남을 가진 뒤 “서로 이야기가 통할 것 같다”며 “구조개혁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요. 이후 카와사키기선은 에피시모로부터 사외이사를 받아들였고, 함께 사업투자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을 받은 에스엠(041510)의 답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은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인세가 지불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의 합병을 요구하는 한편 배당성향을 30%로 올릴 것을 주문한 상태입니다.



이에 에스엠은 지난달 “주주서한을 겸허하고 충실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 및 실행 계획에 대해 2019년 7월 31일까지 상세히 알려드리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죠.

시장은 에스엠이 내놓은 대답에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달라는 얘기는 진지하게 KB운용 측의 제안을 고려해 본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일각에선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가장 긍정적인 답변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현재 주가는 주주서한을 받기 전 수준으로 되돌아 와 있는 상태. 그러나 증권가는 에스엠에 조금 더 기대를 가져봐도 좋다고 조언합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하락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 연기와 일본 경제제재로 인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라면서도 “이러한 우려 보다도 주주행동주의의 요구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및 주주친화정책 추진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진짜 친구라는데 카와사키기선과 에피시모는 어쩌면 진짜 친구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에스엠과 KB운용은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월말 에스엠의 답변을 시장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