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불덩이 삼킨 흑빛의 고혹…김시영 '달항아리'

by오현주 기자
2019.05.24 00:45:01

2019년 작
1300도 이상 고온가마서 구운 검은 흙
흙유기물 속 숨죽인 색채 깨우는 작업

김시영 ‘달항아리’(사진=슈페리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달항아리’란 이름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달을 휘감은 외피가 이런 모습일 것 같으니 말이다. 희뿌옇게 덮은 공기층 아래 힐끔 들여다보이는 흙색 바닥. 도예가 김시영(62)이 빚은 흑자 달항아리다.



작가는 검은 흙으로 작업한다. 한 가지 믿음에서다. ‘검은색 안에 온갖 색이 숨어있다’는. 그렇다고 흙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불의 변화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흙의 유기물 속에 숨죽이고 있던 색채를 깨우는 작업 말이다. ‘달항아리’(Moon Jar·2019)의 오묘한 빛은 작가가 뚝심있게 불과 흙의 물성을 탐구해온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작가의 작품에는 별칭이 있다. ‘태양을 집어삼킨 달항아리’다. 1300도 이상 되는 고온가마 속에서 낼름거리는 불기운을 삼키고 견뎌낸 달항아리니까. 불이 만든 색. 도예가 이전 금속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의 이력이 보탬이 됐으려나.

6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비밀스러운 흑빛 그리고 영롱한’에서 볼 수 있다. 1300℃ 환원소성. 52×44㎝.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