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차포 없는 증시

by김인경 기자
2014.08.01 07:32:24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너무 세게 달렸을까. 2100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던 장이 잠시 쉬었다. 30일 코스피는 닷새 만에 내리며 2070선에 머물렀다.

얼핏 보기에는 투신의 환매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루 6000억원 환매도 외국인의 매수세로 이겼던 코스피다. 오히려 상승장에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던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2등주 현대차(005380), 장기로 치면 ‘차(車)’와 ‘포(包)’가 악재로 작용하며 지수를 꺾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전날 중간배당 규모를 주당 500원으로 확정했다. 배당에 대한 기대는 늘 있어왔지만 올해는 유독 뜨거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의지를 피력했고 증권가 역시 ‘배당’을 모멘텀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중간배당에 대한 다양한 해석 내놓았다. 중간배당보다는 본 게임인 연말배당을 노려야 한다는 긍정론부터 수익이 악화됐는데 배당을 늘릴 수 없다는 현실론, 오너가 병상에 있어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라는 내재론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삼성전자의 중간배당은 ‘실망’스럽다.



현대차(005380)의 앞날도 순조롭지는 않다. 전날 노사는 임금협상에서 결국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제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달러-원 환율이 1030원선을 회복하며 수익성이 나아지나 했더니 이번에도 쉽지 않은 한 분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닥치고 있다. 간밤 유로존의 7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0.5%)를 하회하는 0.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은 물론 다우존스지수, S&P500 등 뉴욕 증시도 1~2% 빠졌다.

물론 지난 번 포르투갈 사태에서도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적도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오늘 오전 10시께 발표되는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글로벌 증시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내부다. 주도권을 금융주와 건설주에 내준 채 상승장에서 별 역할을 해주지 못한 대장주와 2등주라지만,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와 포가 없는 한국 증시가 네이마르와 실바 없는 브라질 축구처럼 패배를 당할지, 기세를 몰아 2100까지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잠시 지수의 방향을 확인하고 이번 달 첫 매매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