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곡성의 혁명'…지역주의 벽 넘은 이정현

by정다슬 기자
2014.07.31 06:05: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호남은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영남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구도가 파열음을 냈다. ‘호남의 안방’ 순천·곡성 지역에서 현 여권세력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30일 당선됐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대한민국 정치에 침식돼 있던 지역주의 구도가 깨졌다는 점에서 ‘선거혁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당선인이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일함이 빠질 수 없다. 순천·곡성은 지난 6년 동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4번 치렀다. 지역 발전을 책임질 국회의원의 임기가 1년 8개월에 불과하자, “순천·곡성이 이래서 발전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커졌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은 이번 순천·곡성 재선 후보로 서갑원 후보를 공천했다. 서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에선 “우리를 뭐로 보고”라는 민심이 무럭무럭 자랐다.



이 당선인은 이러한 순천·곡성 민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자신이 예산 폭탄을 퍼부을 테니, 1년 8개월 동안 써보고 버려달라고 호소하면서 순천·곡성 주민들에게 자신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줬다”고 설명했다. 당색을 철저히 지우고 홀로 자전거를 타며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선거 전략도 효과를 발했다는 분석이다.

‘야권의 심판론’과 ‘후보의 경쟁력’이 결합해 이뤄낸 결과인 셈이다. 토박이 정치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지면서 우리나라 정치지형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역감정에 의한 ‘묻지마 투표’ 관행을 무너뜨린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으로 영남 민심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로 지역주의의 아성에 끊임없이 도전해왔던 이들도 주목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부겸 전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 끊임없이 도전해왔던 김 전 의원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40.3%를 득표하며 의미 있는 패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