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창의력도 기초학력 토대에서 배양…전수평가 당연”[만났습니다]

by신하영 기자
2022.11.21 06:00:00

교육부 주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부산 모든 학교 의무화
하윤수 부산교육감 “환자도 진단해야 치료…학력평가해야”
“인성교육·디지털교육 강화…0교시 체육활동 도입도 추진”
“부산 동·서 간 학력격차 심화…특목고·자사고 신설할 것”

하윤수 부산시 교육감(사진=부신시교육청)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수평가로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학력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화된 학력저하 문제를 해소하려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희망 학교·학급별 신청을 받아 내년 3월 말까지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 하지만 하 교육감은 “전수평가가 필요하다”며 부산지역 전체 627개 초중고교에 평가 참여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는 이에 반발, 지난달 24일 부산지검에 하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하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력이 심각하게 저하됐으며 환자도 진단을 해야 병을 고칠 수 있듯이 학생들의 학력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학력저하 문제가 심화됐다. 부산교육청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전수 실시키로 해 전교조 등이 반발하고 있는데.

△진보교육감이나 진보성향 교원단체는 앞으로 창의·융합적 인재가 필요하다며 학력진단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문제해결력이나 창의력도 기초학력과 배경지식의 토대 위에서 배양된다. 대한민국의 성장사는 ‘교육입국’으로 축약할 수 있다. 그만큼 부존자원 없이 교육의 힘으로 성장해온 국가가 우리나라다. 진보교육감 시대 8년간 학력진단을 등한시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 환자도 일단 진단을 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 일부 교원단체의 반대가 있어도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전수평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이 강남·북 간 학력격차가 있다면 부산은 동·서 간 격차가 심하다. 학생들에 대한 전수평가로 성적 데이터가 누적돼야 기초학력 미달학생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교육청도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보수교육감으로 바뀐 지역인데 앞으로 주력할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인성교육·미래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학생들의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 중요해졌다.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와 숙달,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하는 능력이 수반돼야 인공지능·메타버스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체육·예체능·독서교육을 강화해 인성을 키우고 그 토대 위에서 디지털 기초 소양교육을 강화하겠다.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인성교육진흥원’ 설립 계획도 갖고 있다. 또 부산지역 627개 초중고교에 자체 전자도서관을 구축토록 해 독서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존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원칙적으로 자사고 존치에 찬성한다.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하려면 자사고가 필요하다. 다만 고교 서열화나 자사고가 명문대 입학 통로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교육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부산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악한 서부산권 학력 신장을 위해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나 전주의 상산고 같은 명문 자사고 설립이 절실하다. 교육감 재임 중 건전한 육영의지를 가진 학교법인을 유치, 서부산권에 명문 자사고를 신설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계에서 유예를 건의했지만 현 정부는 보완 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제 유예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본다. 조속히 문제점을 보완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주호 교육부장관 취임으로 수장공백 상태가 끝났으니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들을 수 있게 다양한 교과목을 편성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교사 확충이 필요한데 항공산업·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특수·전문교과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농어촌학교의 경우 특정 분야의 기간제 교사를 초빙하려고 해도 해당 교사들이 1~2시간 수업을 위해 오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초등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등 갈수록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심화되고 있다.

△아무래도 핵가족화가 되고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면서 과거처럼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진 게 원인인 것 같다. 아이들의 인성교육도 모두 학교에 맡겨지고 있는데 그간 학교에서의 인성교육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우선 교권침해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생활지도법 등으로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혼내거나 하면 아동보호법에 따른 아동학대로 교사가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한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부산교육청 차원에서는 0교시 체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범학교를 지정, 효과를 보게 되면 단계적으로 확산시킬 생각이다. 아침에 체육활동을 하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단결심이나 사회성도 키울 수 있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로 158명의 청년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교육자로서 마음이 아프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번 일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교육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골자는 학생들의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학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CPR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자주 실습하지 않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 수 있기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교까지 주기적으로 실습교육을 실시, 이태원 참사 같은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하윤수 교육감은...

△1962년 경남 남해 △경성대 법학과 졸업 △동아대 대학원 법학박사 △부산교대 교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분과 자문위원 △부산교대 총장 △교육부 초등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장 △36·37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육부 국가교육과정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대한체육회 이사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