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의 재발견]①잘 키운 개량신약, 열 혁신신약 안 부러워

by노희준 기자
2019.10.08 05:00:00

내실 있는 국산 개량신약 1호 아모잘탄
vs 상징성만 있는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6800억원. 국내 1호 개량신약인 한미약품(128940)의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금액이다. 국산개발 의약품으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처방됐다. 아모잘탄은 세계 최초로 고혈압 치료의 ‘양대축’인 두 가지 성분(로사르탄, 아모디핀)을 섞어 효능을 업그레이드한 신약이다.

단일 고혈압 치료제로 치료가 어려운 고혈압 환자에 대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여 매년 33만명, 누적으로 271만명이 복용했다. 최근에는 이뇨제 성분과 고지혈증 치료 성분까지 각각 더한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큐로 진화해 남미시장에도 진출했다.



반면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285130)의 항암제 선플라주는 1999년에 개발된 후 10년만인 지난 2009년 생산이 중단됐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로 일반적인 항암제였던 선플라주는 이후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 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나오자 시장성을 잃어버렸다. 부진한 성적 탓에 선플라주 실적은 공개조차 안 되지만 누적 매출은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신약이라는 상징성은 얻었지만 실속은 크게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6일 관련업계 따르면, 올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국산 신약(혁신신약)과 이미 있는 신약을 구조와 제형(약의 형태)변경, 복합제 발견 등을 통해 개선한 국산 개량신약이 나온지 각각 20년, 10년이 되는 해다. 최근 신라젠(215600)과 코오롱생명과학(102940), 헬릭스미스(084990) 등 임상 관련 악재가 이어지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신약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 비용과 높은 성공가능성이 있는 개량신약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이 강조되면서 같은 약의 효과적 전달과 방출을 제어하는 약물전달시스템(DDS)등을 활용한 개량신약의 상품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개량신약은 최선의 경제성과 가성비가 높은 약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제네릭에서 신약개발로 전환해가는 중간 단계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세계 최다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도 신약으로 개발됐지만 엄밀히 말해 오메프라졸의 개량신약이자 우리 약사법의 개량신약 범주에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전 세계 300위 가량의 작은 회사였지만 이 오메프라졸 덕분에 30위로 수직 상승하고 지금은 글로벌 열손가락에 안에 드는 제약회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