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단기성과 좇다 기초실력 못 키웠다

by이연호 기자
2019.07.24 05:00:00

GDP대비 연구·개발비 세계 1위 韓…소재 日 의존 까닭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한 당위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차제에 장기적 안목의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일부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들어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보더라도 대일 수입의존도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93.7%, 레지스트 91.9%, 고순도 불화수소 43.9%로 절대적이다. 현 상황을 모면하더라도 일본이 언제든 다시 무역전쟁을 개시하면 두손 들고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단기간의 압축적 경제 개발 전략 탓에 진득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재·부품 같은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그동안 우리에겐 일종의 사치 같은 것이었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소재·부품 산업은 특성상 R&D에 최소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일궈 온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완제품을 넘어 이 부분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며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해 이번 기회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부가 협력의 삼각축을 구축해 차근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단 소재 부품 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55%로 세계 1위에 인구 천명당 연구원 수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연구원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수(0.167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코리아 R&D 패러독스’ 타개를 위해 R&D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건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그동안의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연구자 중심의 도전적 R&D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가 R&D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