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디지탈 "출발은 좋았는데…10년 우정이 야속해"

by김대웅 기자
2019.06.20 06:00:00

상장 전 높은 열기와 달리 보름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
10년 투자한 주요주주 서린바이오, 상장첫날 전량 매도
한때 코리아바이오파크서 한집살림…"우정은 여기까지"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정밀의료 솔루션 사업 확대 기대감 속에 이달 초 야심 차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이 연일 흘러내리는 주가에 울상이다. 상장 첫날 4만원대를 웃도는 시초가를 형성한 주가가 순식간에 2만6000원대까지 밀리자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10년 간 주요주주로서 인연을 맺어온 서린바이오(038070)가 상장하자마자 대규모 주식을 팔아치운 데 대한 원망도 커지고 있다.

19일 마이크로디지탈 주가는 전일 대비 0.9% 내린 2만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상장된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첫날 기록한 고점(5만3300원)에 비해서는 무려 50% 폭락했다. 현재 흐름으로는 공모가인 2만3000원을 지켜내는 것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장 당시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달 20~21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인 2만3000원으로 결정했다. 이어 진행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845곳에 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6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초정밀 광학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강점을 인정받은 마이크로디지탈은 상장 후 3세대 정밀 현장진단(POCT)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받았다.

상장 첫날 시초가도 공모가 대비 78% 높은 4만1050원에 형성됐고 장 초반 5만3300원까지 수직 상승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하지만 축제는 여기까지였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지며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특히 10년 전부터 마이크로디지탈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며 투자에 동참해 왔던 서린바이오가 20만주의 물량을 장내에서 내던지며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결국 대량 매도세에 밀려 마이크로디지탈 이날 주가는 시초가보다 낮은 3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상장한 지 보름 만에 공모가 부근까지 내려왔다. 상장을 계기로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리란 회사 측의 기대는 순간의 영광으로 끝난 셈이다.

양사는 지난 2011년부터 한동안 경기도 판교에 있는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인연을 유지해 왔다. 마이크로디지탈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황을문 서린바이오 회장은 지난 2009년 6억5000만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24%를 확보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지분율이 6.8%까지 낮아졌다.

서린바이오는 마이크로디지탈 상장 직전까지만 해도 당분간 매각 계획은 없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상장 첫날부터 높은 주가를 형성하자 기존 태도를 바꿔 전량 차익 실현에 나섰다. 서린바이오는 지난 5일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마이크로디지탈 주식 20만주를 약 94억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약 4만7000원에 매도하면서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했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소식에 서린바이오 주가는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린바이오 관계자는 “경영권 목적이 아닌 단순 투자였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차익을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로디지탈로서는 상장 첫날 양호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다가 서린바이오 등이 내놓은 대규모 물량에 주가가 돌연 급락세로 전환하자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서린바이오가 갑자기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상장 첫날 주가 흐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대규모 매물을 쏟아낸 데 대한 원망 섞인 시선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