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PBR 1배 미만' 저평가株 쏟아져

by고준혁 기자
2020.03.04 01:30:00

코스피 184곳 중 124곳 PBR 1배↓…금융·경기민감, 57곳
"PBR 원래 낮은 섹터는 그대로…'밸류 트랩' 갇힌 것" 해석
"부당한 저평가와 이유 있는 저평가 나눠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 확산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를 밑도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1배 미만’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 증권 등 금융 업종과 조선, 철강,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이 대부분이다. 보통 PBR 1배 미만을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지만,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받는 이유를 따져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장기불황 등을 이유로 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종목은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코스피 종목 184개 중 12개월 선행 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124개로 집계됐다. 0.5배 미만 상장사도 50곳으로 조사됐다. 지난주 국내 증시가 단기 급락하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진 업종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PBR 1배 미만이면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갖고 있는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기 때문에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PBR 1배 미만 종목 중에 57곳이 금융과 경기민감 업종에 속했다. 하위 10개 종목 중 총 7개도 이들 업종에 해당한다. 한화생명(088350)(0.13배), DGB금융지주(139130)(0.18배), BNK금융지주(138930)(0.22배), JB금융지주(175330)(0.25배)와 현대제철(004020)(0.19배), 세아베스틸(001430)(0.21배), 동국제강(001230)(0.23배) 등이다.

다만 금융과 경기민감 업종의 PBR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이들 종목에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기 불황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예상 PBR은 금융위기 수준인 0.78배에 근접해 낮아지고 있지만 업종별, 종목별로 보면 PBR이 낮은 섹터가 더 낮아진 게 아닌 원래 높은 종목들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BR이 원래 낮은 종목들은 장기불황 지속으로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밸류 트랩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다고 해서 경기민감주나 금융주 등은 추천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코스피가 상승 잠재력이 큰 구간인 만큼 IT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PBR이 낮은 업종 중에서도 개별 종목별로 실적 반등 여지를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당하게 저평가를 받는 섹터나 종목이 있는 반면, 이유가 있어 주가가 낮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장기불황이 예상되지만, LNG선 부문 전망은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나이지리아와 러시아 등 국내 조선업체의 LNG선 수주만큼은 진도가 나가고 있다”며 “최근 삼성중공업(010140)(0.56배)등 조선 4사의 PBR 밴드가 0.6배까지 하락한 것을 감안할 때 LNG 관련 종목은 상승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 등 금융 업종은 경기 회복 국면이 언제 올 것이냐가 관건이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 데에는 시장의 지나친 걱정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며 “안정된 실적을 내는 금융업의 특성과 고배당주임을 고려할 때 경기 불확실성 해소가 확인되면 반등할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086790)(0.30배)를 추천했다.

삼성증권은 자동차 업종 중 현대차(005380)(0.42배)와 S&T모티브(064960)(0.73배)를 가격 매력이 있는 종목으로 꼽았다.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낙폭이 크면서도 실적 전망이 하향조정 되지 않아서다.

재무구조 개선 등 내부정비로 불황 속에서 실적 개선을 노리는 곳도 있다. 세아베스틸(001430)(0.21배)은 단기차입금을 약 1400억원 줄이고 장기차입금은 1200억원 늘렸다고 공시했다. 차입 구조에 변화를 줘 차입 상환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