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커지는 배당투자]코스피 배당액 30조 넘는다…어떤 종목 고를까

by박정수 기자
2019.02.07 05:10:10

코스피 배당성향 18.5%…미국 52.3%·독일 42.1%
대주주 지분율 낮고 국민연금 지분율 높은 종목 주목
대림산업·금호석유·삼천리·현대그린푸드·사조산업 등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정수 최정희 기자] 상장기업들이 배당액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이 기업가치 상승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가운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 행사 등이 본격화되자 기업들도 점차 배당액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 회계연도 결산을 마친 기업들이 속속 실적과 결산배당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순이익 증가율에 비해 배당증가율이 5배나 높았다.

특히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배당액 늘리기에 나서자 배당주 투자매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고배당주 뿐 아니라 배당을 늘릴만한 기업에 미리 투자하면 배당은 물론이고 주가상승에 따른 자본차익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2.47%로 전년대비 0.6%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1% 후반에서 2% 초반대인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주주환원 정책이 점차 강화되면서 배당성향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1월말 현재 결산 배당공시를 실시한 코스피·코스닥 65개 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29%로 전년대비 전년대비 1%포인트 높아졌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 52개 기업만 보면 배당성향은 31%에 달한다. 역시 전년비 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최근 5년간 코스피의 배당액이 연평균 18%씩 늘었고 전년 배당액이 총 26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2018년 회계연도 배당액은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전향적으로 배당에 나서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배당성향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7년 기준 미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52.3%에 달하고 독일은 42.1%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배경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국내 기업들의 낮은 주주환원 정책”이라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주주환원 정책이 약한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주주환원 정책 제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나 최근 국민연금이 발표한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가이드라인만 봐도 국민연금이 관리하려는 사항은 △배당정책 △경영성과와 연동한 임원 보수의 적절성 △경영진의 부당행위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 등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도 좋지만 저배당주 중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관심이 증대될 수 있고 국민연금 또한 주주권행사를 통해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 293개 가운데 2017년 배당성향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85개(29.01%)로 집계됐다. 여기서 KTB투자증권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대림산업(000210), 금호석유(011780), 삼천리(004690)를 꼽았다.

대림산업은 대주주 지분율이 23.1%로 낮고 올해 오너 3세인 이해욱 부회장이 신임회장으로 취임해 배당 확대 기대감이 크다고 평했다. 금호석유(대주주 지분율 24.7%)도 최근 2년간 뚜렷한 실적 호전 및 재무구조(현금흐름) 개선 등으로 현금 배당 확대 가능성을 점쳤다.

삼천리(최대주주 지분율 32.36%)는 지난해 초 경영 참여로 지분보유 목적 공시를 하고 배당금 증액,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을 제언했던 브랜디스(Brandes)의 지분 보유(7.08%)를 긍적적으로 봤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큰 종목으로는 현대그린푸드(005440)(국민연금 지분 12.82%), 사조산업(007160)(국민연금 지분 9.96%)을 꼽았다. 김재윤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가능한 종목은 8%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현금창출능력 대비 낮은 배당성향이 기준”이라며 “또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짠물 배당’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국민연금이 과소배당 기업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관리할 경우 향후 배당을 늘릴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작년에 남양유업(003920)과 현대그린푸드(005440) 등 2개 기업을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공개 중점관리기업에 대해 직접 배당관련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기관투자가 등 소수주주가 배당 관련 주주제안권 행사를 위해 국민연금에 참여를 요청할 경우 선별적으로 참여도 가능하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 가운데 2017년에 아예 배당을 하지 않은 곳은 38곳(12.97%)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HDC현대산업개발(294870), 효성중공업(298040), AJ렌터카(068400) 등 코스피 27개사와 휴맥스(115160), 덕산하이메탈(077360), SBS콘텐츠허브(046140), 원익머트리얼즈(104830) 등 코스닥 11개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연기금 CIO는 “국민연금의 배당정책 확대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나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