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 엄마 여가부 장관의 육아비법은?

by최훈길 기자
2014.11.15 07:00:00

토크콘서트서 '나만의 동화책 독서법' 공개
'가족 시간표' 만들어 육아 스케줄 조정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13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별관 베어홀에서 열린 ‘오! 마이 베이비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자신의 육아 경험을 소개했다(사진=여성가족부).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드라마 ‘미생’의 선 차장은 경력 12년차 워킹맘이다. ‘커리어우먼’으로 완벽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남 모르는 속앓이가 있다. 출근길에 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며 정신없이 뛰어가고,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가는 순번을 정하는데 남편과 옥신각신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녀는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이 같은 속앓이를 하는 ‘선 차장’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국가에선 출산을 장려하고 직장에선 출산에 눈치주는 게 현실인데 아무런 대안이 없는겁니까?”라는 글이 여성가족부(여가부) 홈페이지에 올라오기도 했다.

여가부가 지난 13일 ‘오! 마이 베이비 토크콘서트’(SBS 공동주최)를 연 것도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이런 고민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100여명의 엄마, 아빠들이 대웅제약 별관 베어홀을 메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눈길을 끈 것은 ‘일-가정 양립’ 정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 장관이 자신만의 육아법을 공개한 것.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재선·부산 연제구)인 김희정(43) 장관은 여섯살 딸과 세살배기 아들의 엄마다. 김 장관은 “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잘하는 엄마가 아니다. 가정에 거의 신경을 못 쓰는 엄마”라면서도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으로 죄책감보단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며 솔직하게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김 장관이 자신만의 육아법으로 먼저 소개한 것은 ‘동화책 읽어주기’다. ‘책 읽어주기’는 흔하게 권장되는 육아법이지만 김 장관은 달력과 스탬프를 이용한 독서법을 소개했다.

“매일 15분씩 동화책을 읽어주고 달력에 스탬프를 찍고 책 제목을 적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내가 15분도 아이랑 보내지 않은 날이 체크가 됩니다. 이렇게 결산을 해보면 좋아요. 15분이 짧다고요? 15분이면 단편 이야기 두 편을 읽어줄 수 있어요.”



그다음으로 소개된 것은 ‘가족 시간표’다. 이 시간표는 김 장관과 남편이 각자의 일정을 올려놓는 공간이다. 그는 “회식, 동창회 등을 비롯해 각종 모임을 서로 알 수 있게 시간표를 공유한다”며 “서로의 스케줄을 보고 시간표를 바꾸기도 하면서 일정 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정을 미리 투명하게 공유해 짜임새 있게 직장과 개인 일정을 챙기면서 가족도 배려하자는 취지다.

한편, 토크쇼에 참여한 다른 패널들도 자신만의 육아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SBS ‘오마이베이비’에 출연 중인 리키김씨는 ‘아빠들이 아이와 노는 법을 잘 모른다’는 질문을 받자 “아빠가 아이처럼 놀아야 한다”며 “저는 집에서 홀딱 벗고 아이와 논다. 아빠가 유치한 행동을 할수록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본인의 육아경험을 소개하며 “육아를 하는 아빠를 백수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이 제일 힘들었다”며 “최근 육아를 소재로 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에서 보이듯이 아빠들도 육아에 대한 욕구가 있다.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전문가인 김주연씨는 “아이가 4년째 말을 제대로 못했는데 놀이 학습을 통해 지금은 언어능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좋다”며 “100~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책을 사주는 것보다 아이가 관심 가지는 것을 찾아 주는 게 중요하다. 엄마가 흔들리지 않으면 육아의 지름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씨는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이 남편에게 소홀해지고 남편이 질투가 생기기도 한다”며 “육아만큼 부부관계도 중요하다.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