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에도 박스피…수급 '삼중고' 언제 해소되나

by이은정 기자
2022.01.12 06:10:00

외인 1월 2.2조원 매수, 기관은 4.5조원 매도
개인 매수강도 약화…LG엔솔 청약증거금 준비
"기관 매도 마무리 국면…美긴축우려 완화 전망도"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외국인이 돌아왔지만 연초 증시는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의 수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배당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했던 기관들은 매물을 청산 중이고, 개인은 이달 대형 기업공개(IPO)을 앞두고 청약증거금 준비에 나섰다. 미국의 조기 긴축 움직임은 외국인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급 악재가 이어지더라도 1분기 중엔 일부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기관의 배당차익거래 매물 출회 마무리 시점과 1분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조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000 밑돈 코스피…1월 외인 2.2조 ‘사자’ 기관 4.5조 ‘팔자’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0.66(0.02%) 오른 2927.38에 장을 마감했다. 12월28일(3020.24) 이후 1월에 들어서도 3000선을 밑돌고 있다. 간밤 나스닥의 극적인 상승 반전에 불안 심리는 다소 완화됐지만, 개인과 기간의 동반 매도 속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에서 하락한 종목 수는 717개로 상승한 종목(170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새해 외국인은 ‘사자’와 기관은 ‘팔자’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1월(11일 기준) 개인은 2조2620억원을, 외국인은 2조2030억원을 사들였고, 기관은 무려 4조4670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전일(10일)을 제외하고 모두 사들였고, 개인은 연초 대비 순매수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연말 배당락을 지나면서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12월에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기관의 매수는 이듬해 1월, 2월에 청산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외국인 수급은 양호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자산 축소도 거론되는 점은 부정적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공모 규모가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도 수급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개인은 청약증거금을 준비하기 위해 주식을 사는 대신 현금 보유에 나선다. 기관의 최근 매도세도 LG엔솔 상장을 앞두고 보유주식 조정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과거 IPO 대어 상장 때도 코스피 지수는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10년 삼성생명 △2014년 삼성SDS, 제일모직(삼성물산)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21년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상장 당시 코스피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월간 기준 IPO 종목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총의 2%를 넘으면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은 시총 70조원을 가정하면 코스피 시총(11일 기준 2249조원)의 3%가 넘는 수준”이라며 “펀더멘털한 시장 하락 요인은 아니지만, 수급상 단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기관 매도 마무리 국면…美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도”

당분간 수급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1분기 중에는 점차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계의 지난해 12월 순매수와 순매도 규모 격차가 줄어들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8일 금융투자는 5조5250억원을 사들였다. 이후 12월29일부터 1월11일까지는 4조6150억원을 팔아치웠다. 다만 최근까지도 순매도 강도가 높은 것은 현·선물 베이시스의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하회)으로 인한 매도차익거래 영향이란 해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현물보다는 선물을 매도하는 식으로 노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코스피200 선물이 현물보다 저평가되는 백워데이션이 발생했다”며 “이에 금융투자는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고 현물을 매도하는 매도차익거래에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연준 통화 긴축은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은 맞지만, 우려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평이다. 통화 긴축 우려를 촉발한 지난해 12월 FOMC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심각해지기 이전에 진행돼 이후 경제 상황과 향후 1~2월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연준의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1월이나 3월 FOMC 기조를 주시해야 한단 조언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미 통화 긴축이 증시를 끌어내렸던 시점은 첫 단행 때가 아닌 경기가 냉각되기 시작했던,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을 하회하는 경우였다”며 “현재 수요가 양호하고 기업들이 물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상황으로 경기 둔화를 걱정하기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 주식시장 매수 주체는 외국인으로, 연준의 유동성 회수 전망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증시에서 이탈하고 있다기 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 위축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현 주가지수 수준은 분할매수 대응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