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채의 상속과 세금]부친 생전 형 명의로 산 아파트, 어떻게 나눌까

by강경래 기자
2020.06.07 08:05:29

[법무법인 태승 김(탁)민정 변호사] 이상속씨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예금 2억원 외에 별다른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으셨다. 다만, 아버지는 10년 전 이상속씨 형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시가 10억원 상당)에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속 거주했다. 장례를 모두 마치고 이상속씨가 형에게 예금 2억원과 함께 아파트도 절반씩 나누자고 했다. 그러자 형은 아파트는 내 것이니 나눌 필요가 없고 법대로 처리하라며 화를 냈다.

이상속 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형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에 관해 상속인으로서 어떤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을까?

◇형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는 형이 생전증여 받은 것으로 특별수익이 된다.

통상 부모가 자신의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자식 명의로 등기를 마친 이후에도 부모가 계속 점유하며 제세공과금을 납부하고 사망 시까지 등기권리증을 소지하면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해당 재산을 사용, 수익한 경우 법원은 부모가 자식에게 해당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1995년 부동산실명법을 제정, 시행해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민사상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형사상 처벌과 행정상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뒤에도 사망할 때까지 사용, 수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버지가 생전에 형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으로 본다면 이는 형의 특별수익으로 인정된다. 이상속씨의 경우 예금 2억원과 형이 증여받은 아파트 10억원의 합계 12억원의 2분의 1인 6억원이 법정 상속분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상속재산이 예금 2억원뿐이므로 이것만 단독으로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이상속씨는 유류분반환 청구를 통해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또 다시 2분의 1인 법정 유류분 3억원 중 예금 2억원을 받고도 부족한 1억원을 형이 증여받은 아파트의 10분의 1 지분이나 현금 1억원으로 정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형에게 명의만 신탁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속재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아버지가 생전에 형 명의로 구입한 A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형 명의로 B 아파트(시가 10억원 상당)를 구입해주고 이를 자유롭게 사용, 수익하도록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은 부모가 자신의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자식 명의로 등기한 이후에도 부모가 계속 점유하며 해당 재산을 사용, 수익하는 경우 통상 이를 증여로 인정한다. 하지만 그 외에 부모가 추가로 구입해 자식 명의로 등기한 다른 재산에 관해 자식이 이를 실질적으로 사용, 수익하고 여기에 부모가 관여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 부모가 자식에게 해당 재산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한 것으로 봐 부모를 소유자로 인정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가 형에게 A아파트를 명의신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상속씨는 먼저 형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A아파트 소유자가 아버지임을 주장해 자신의 법정 상속분인 2분의 1 지분을 이전받을 수 있다. 다만,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되거나, 아파트 공시지가의 30% 이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A아파트가 아버지 명의신탁 재산으로 인정된다면 이상속씨는 예금 2억원과 함께 A아파트에 대해서도 상속재산 분할을 구할 수 있다. 이때 이상속씨는 예금 2억원과 A아파트 10억원에 더해 형이 증여받은 B아파트 10억원의 합계 22억원을 기준으로 법정 상속분 2분의 1인 11억원을 주장, 예금 2억과 함께 A아파트 10억원의 10분의 9 지분 또는 현금 9억원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으로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세금 문제나 투기 목적 또는 사업상 이유로 부모가 자식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런 경우 구체적 사정에 따라 이를 부모 소유 재산으로 볼지, 아니면 자식이 증여받은 재산으로 봐야할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