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표 '흔적 남기기'…서울 전역에 '우수 건축자산' 지정

by김기덕 기자
2019.02.25 04:30:00

서울시, 4개 권역 건축자산 실태조사 본격 가동
용산·종로·중구 등 도심권 후보지 700건 선정
강남·강북권은 다음달 관련 용역 발주할 예정
"재건축 사업 등 연계시 사유재산 침해" 우려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박원순표 ‘역사 흔적 남기기’ 사업에 본격 돌입한다. 다음달 서울 전 권역에 ‘우수 건축자산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사회·경제·경관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한옥을 비롯해 근현대 건축물, 주거지, 골목길 , 전통시장 등을 조사·발굴해 이를 관리하고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을지로 일대 세운상가 재개발 과정에서 문화유산 보존을 이유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재건축 단지 내 1개동 남기는 등 흔적남기기 사업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건축자산 지정 과정에서 개발이 제한되는 등 사유재산이 침해될 수 있어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제1호 우수 건축자산’으로 지정된 종로구 체부동 성결교회 전경.(서울시 제공)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을 도심·중부·강남·강북 4권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우수 건축자산 지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 이르면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다음 달에는 한옥 등 건축자산 진행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도심권(용산·종로·중구) 내 건축자산 실태 조사를 벌여 이미 700여개의 건축 자산을 선정했다. 나머지 22개 자치구 중 중부권 7개 자치구(성북·동대문·성동·서대문·마포·동작·영등포구)는 지난해 6월부터 30년 이상된 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시작해 올 상반기 건축자산 후보군이 나올 예정이다. 나머지 자치구는 강남권과 강북권으로 나눠 내달 일반공개입찰 형식으로 관련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건축자산 후보군을 먼저 선정하고, 해당 자산별 가치 평가와 특성 분석 등을 통해 우수 건축자산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17년 2월 종로구 체부동 경북궁 서측(서촌)에 있는 성결교회를 ‘1호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한 바 있다. 이후 2년여 동안 추가로 지정한 사례는 없다.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건축 특례를 통해 개축, 대수선 등의 건축 행위시 최대 1억원(보조금 6000만원·융자 4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건축법·주차장법 등에 저촉받는 일부 규제가 완화돼 건폐율이나 건축물 높이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완료된 도심지 민간·공공 소유 건축자산 후보군은 총 700여건으로, 우선 시가 소유한 자산을 먼저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초등학교나 북·서촌 일대 도서관, 교회 등이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로 선정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번 건축자산 지정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한 보존을 강조하며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박 시장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실제 시는 흔적남기기 사업 확대를 위해 올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주택건축본부 내 한옥 조성과를 도시재생실로 옮겨 한옥건축자산과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활유산 보존 논리를 내세워 재개발 정비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한 세운 재개발 사례와 같이 서울시의 ‘반강제적인 흔적 남기기 사업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관련 건설업계도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1970~1980년대 지어진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때 1개동은 미래 유산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주거문화의 변천사가 담겨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미래유산을 남기기 위해 재개발 사업지 인근 골목길이나 건축물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착수한 바 있다. 이런 논리대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우수 건축자산 지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경우 정비계획안이 수정되고, 사유재산 침해에 따른 사업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구 재건축 조합 한 관계자는 “단지 내 1개동을 보존하는 문제는 시의 일방적인 결정이다.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땅에 입지한 콘크리트 건축물에 근현대사에 남길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과연 누가 판단한 것이냐”며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에서 역사문화 건축물 보존을 이유로 개발 제한 등을 나서 사업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내 일부동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1차적으로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정해진 것”이라며 “아파트 등 민간 부문은 직접 소유자 신청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건축자산 지정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