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HOT, god, 동방신기...스타 이름에 얽힌 숨겨진 사연

by윤경철 기자
2008.03.31 11:44:25

▲ HOT, 비, god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하이파이브 틴에이저, 내안의 또다른 나, 5명의 무한 슈퍼 싱어송라이터...'

언뜻보면 10대들의 로망을 담아놓은 듯한 이 문구, 한시대를 풍미했던 그룹명의 뜻이다. 90년대 후반 아이들 열풍을 몰고왔던 HOT(Highfive Of Teenagers)는 우리가 알고 있는 뜨겁다는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데뷔초 다소 무식(?)한 기자들 사이에서 핫으로 불리기도 했던 HOT는 당시 10대들의 로망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HOT는 '10대들의 승리' 혹은 '10대들의 인사'라는 뜻으로 이수만 SM회장의 감각에서 나왔다. 핫으로 읽으면 '뜨겁다'의 의미로 댄스그룹의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기에 그만인 이름이었다.

god 역시 마찬가지다. HOT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god는 대문자로 쓰는 법이 없다. 그룹명은 'groove over dose'의 약자다. 뜻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로 대문자로 쓰지 않는 것은 대문자 'GOD'가 일반적으로 '신'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동방신기와 함께 요즘 아이들 시대를 이끌고 있는 더블에스 501(이하 SS501) 역시 다양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SS501은 '슈퍼(SUPER) 싱어송라이터(SINGASONG) 5(멤버수) 0(무한대) 1(넘버원 또는 하나)'의 의미를 조합한 것이다. SS501의 소속사는 6개의 수정을 뜻하는 젝스키스의 DSP엔터로 SS501 역시 5명의 멤버들의 소중함과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연예인들에게 이름은 확실한 전략이고 브랜드다. 이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과거엔 촌스러운 본명을 없애기 위해 예명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본명을 가리기 위해 예명을 쓰던 시대는 갔다. 글로벌 아티스트 배출을 꿈꾸는 프로듀서 박진영은 소속 연예인들의 이름을 지을 때면 간결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담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수 비다.



본명이 정지훈인 가수 비는 녹음할 때 비가 자주 내렸다고 해서 비로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진영은 그의 미래성을 감지했고 아시아 전역에서 그를 띄우기 위해선 단 한자이지만 임팩트가 강한 이름이 필요하고 판단해 비를 정했다. 실제 성공한 이후 그의 표기를 놓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조차 다양한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위키디피아에 따르면 비는 한국에서는 ‘비(Bi)’라고 표기되며 발음은 영어 알파벳 B로 발음되지만, 일본에서는 ‘Rain (ピ)’로 표기되며 피(Pi)로 발음이 된다고 밝혔으며 중국에서는 ‘Yu ("雨")’라고 발음되고 다른 일부지역에서는 ‘Vu’로 표기된다. 박진영은 다른 프로듀서와 달리 비 외에도 별, 주 등 한자로 된 가수들을 유난히 많이 배출했다.

▲ 동방신기

연예인에게 이름은 전략인 동시에 이미지다. 동방신기는 데뷔초 유노윤호,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최강창민으로 멤버명을 표기했다. 4자로 표기된 동방신기의 이름은 당시로서는 낯설었지만 중국 시장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지어진 이 이름들은 지금의 결과론적으로 보면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을 거둔 데는 일종의 이름을 통한 캐릭터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방신기의 성공에는 멤버 개개인이 순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를 가진 점이 큰 역할을 했는데 이름 앞에 붙은 이들의 수식어는 멤버 개개인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했고 이는 소녀 팬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주는데 성공했다.

글로벌의 전략은 작명에서부터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소속사는 영어 표기와 발음상 무리가 없는지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유진’ 등 영어표기나 한글표기로 무리가 없는 이름이 각광을 받는 것은 같은 이유다.

과거와 달리 본명과 예명을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점이 요즘의 달라진 특징중 하나다. 가수 비나 에릭 그리고 하하, 샤크라 출신의 려원 등은 연기를 할 때 본명인 정지훈, 문정혁, 하동훈, 정려원으로 돌아온다.

음악과 연기, 양쪽에서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이름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할 경우 연기자로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판단, 본명을 쓰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키자는 측면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에게 이름은 단순히 호칭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한다"며 "호칭을 넘어 가치와 브랜드로서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