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낮추고 목표가 조정하고…증권사 '사실상 매도' 종목은

by안혜신 기자
2022.11.24 05:20:00

DB금융투자, 넷마블 중립 하향하며 목표가 종가보다 낮게 제시
카카오 그룹주 목표가 하향 방식으로 매도 의견 표시해
"투자의견 '중립'은 가장 쎈 종류의 매도 표현 방법"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DB금융투자(016610)는 지난달 넷마블(251270)에 대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목표가는 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당시 종가가 4만5100원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도’ 의견이었다. 이 리포트가 나온 당일 넷마블 주가는 6.26% 하락했다.

투자의견을 ‘중립’이나 ‘비중축소’로 조정하거나 목표가를 종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증권가가 매도 의견을 직접적으로 내는 것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카카오(035720) 그룹주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 대란이 일어나면서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자 증권가는 목표가를 종가보다 낮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카카오 그룹주에 대한 매도 의견을 표시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지난 2일 카카오게임즈(293490)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낮추면서 목표 주가를 기존 6만2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크게 조정했다. 리포트 발간일 카카오게임즈 종가인 3만9500원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증권가에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이나 ‘보유’로 낮춘 리포트는 19건으로 집계됐다.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투자의견을 낮췄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증권사의 시각이 담겨있는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은 롯데하이마트(071840)에 대해 기업 분석을 개시하면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제시했는데 “소비 둔화가 가전제품 소비 심리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롯데하이마트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주에는 지난 21일 세 건의 ‘중립’ 하향 리포트가 나왔다. 삼성증권이 HL만도(204320)에 대해 ‘현재차그룹의 전략 변화가 미칠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BNK투자증권이 KCC건설(021320)에 대해 ‘주택 경기 침체로 수익 구조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신한투자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에 대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수급 이슈가 아닌 펀더멘털 개선을 위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각각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전직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직접적으로 내기 힘든 구조적인 환경에 있다 보니 애널리스트가 정말 소신이 있지 않으면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서 “‘중립’ 의견을 주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가장 센 매도 의견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