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이 은퇴후에도 찾은 타오바오 축제…알리바바 성공모델 축소판

by신정은 기자
2019.09.16 03:00:00

[신정은의 중국기업 탐방기①]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 가보니
역대 최대 규모..400개 기업·1000개 신제품 선봬
은퇴한 마윈도 관람객으로 방문..中소비 트랜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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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4일 항저우에서 열린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신제품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있다. 사진=VIST 제공
[항저우=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가게를 연 지 1년밖에 안 된 제가 알리바바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쟈우제·造物祭)’에 초대받다니요. 믿기지 않았죠.”

중국 상하이에서 포도주를 섞은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판매해온 비스트(VIST)의 창업주 쉬톈(38)씨는 타오바오 직원의 초대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로만 살아오다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든 그에게 믿지 못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이번 행사 참여를 위해 중국 바이주인 ‘마오타이’를 가미한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행사기간 중 비스트 부스에 들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칭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은 알리바바 성공모델의 축소판이다. 중국내 젊은 창업가들에게 마음껏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것. 그동안 알리바바가 성장해온 방식이다.

지난 12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의 한 보일러 공장에서 열린 제4회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을 찾았다.

4년전 타오바오가 온라인 쇼핑몰 입점 기업들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한 페스티벌은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사이 참가 기업은 두배로 늘었고, 일정도 4일에서 2주로 길어졌다. 페스티벌 장소도 두 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400개 기업이 참여해 1000여개 신제품을 공개했다.

‘타오바오’(보물찾기라는 뜻의 중국어)는 2003년에 론칭한 알리바바 그룹의 대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2019년 6월 기준 타오바오 앱 사용자는 월평균 7억5500만명에 달한다.

관람객들이 12일 타오바오페스티벌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제공
먼저 찾은 메인 행사장은 입구부터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보일러 공장을 개조해 만든 장소여서 행사장은 금새 열기로 가득 찼지만 대부분 20~30대인 관람객들은 부채질을 하며 전시된 제품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행사에는 마오타이주 맛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식물성 고기, 수중 자동차, 외골격 로봇, 3D 프린팅 운동화, 클라우드 기반 반려동물 마사지 장갑 등 다양한 신제품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은 신생 기업들에겐 도약의 발판이다. 알리바바는 쇼핑을 축제로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받을 기회를 준다.



타오바오에서 전통의상을 판매하고 있는 아오뤄쟈(39)씨는 “작년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 연간 판매량이 3배 늘었다”며 “판매 실적뿐 아니라 전통의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 자체로 너무 큰 의미이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14일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외골격 로봇회사 테자강췐이 자동차를 드는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홍보 효과가 워낙 커 많은 기업들이 줄을 선다. 알리바바는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입점 기업을 선정한다. 비스트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기업을 직접 발굴해 초대하기도 한다. 행사장은 테크놀로지, 중국문화, 트렌드, 디자인, 푸드, 창의성 등 6개 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테크놀로지 구역이다. 세계 최대 드론기업인 DJI부터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외골격 로봇회사 테자강췐(鐵甲鋼拳)까지 각 부스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 중인 장먀오먀오(23)씨는 “졸업논문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왔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직접 로봇을 조정해 게임을 할 수 있는 부스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소개된 제품은 QR코드를 입력하면 타오바오몰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상세정보는 온라인을 통해서 살펴본 뒤 구매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스템이다.

메인 행사장을 떠나 서브 행사장인 시후(西湖)로 이동했다. 시후는 항저우 최고의 관광지이자 중국 10대 명승지에 드는 인공 호수다. 이곳에서는 전통문화를 활용한 예술품들이 주 종목이다. 문화유산 전시와 패션쇼 등도 열려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후 곳곳에 있는 쓰레기통조차 알리바바가 직접 축제를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디자인했다.

로보씨가 만든 로보샤크가 수중에서 수영하고 길을 찾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제공
남편과 여행 중 타오바오 페스티벌을 찾았다는 톈시(38)씨는 “전통적이라고 하면 오래되고, 나이 든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니 아주 세련된 제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을 중국의 젊은 크리에이티브들의 연례 기념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크리스 텅 마케팅최고책임자(CMO)는 “많은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가진 열정과 꿈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온라인 상점을 연다”며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보고, 만지고, 맛볼 수 있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항저우를 젊고 활기찬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텅 CMO는 “알리바바의 미션은 생활을 개선시키는 소비와 거래가 어디에서든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고,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은 그 궁극적인 쇼케이스”라고 덧붙였다.

항저우 시후에서 열린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알리바바 제공
알리바바가 ‘타오바오 메이커 페스티벌’을 위해 제작한 쓰레기통이 항저우 시후에 놓여져 있다. 사진=알리바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