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예병사 폐지가 '면죄부'는 아니다

by최선 기자
2013.07.19 07:00:00

[이데일리 최선 기자] “이거 북한 핵실험 때와 미사일 발사할 때보다 더 많은 거 아니야?” 18일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이 60여명의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40여분 동안 진행된 국방부의 연예병사 운영 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 그만큼 언론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지난달 21일 춘천에서 지방 공연 후 일부 연예병사들이 음주와 안마시술소 등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한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가 전부였다. 16년간 운영된 연예병사제도에 대한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내용은 빠져 있었다.

군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온 후속조치는 ‘연예병사제도의 폐지’였다. 군 당국의 논리는 관리가 미흡했으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 제도를 운영해갈지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노력도 하기 전에 포기 선언을 한 꼴이다.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군 당국은 지난 1월 가수 비가 영외에서 배우 김태희와 데이트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자, 연예병사 복무관리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국방부가 그 이후로 반년 동안 연예병사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연예병사의 복무 실태에 대한 아무런 점검도 없었던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홍보원·근무지원단·대변인실 등 3개 부서를 중심으로 태크스포스(TF)팀을 꾸려 매달 연예병사의 복무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감사로 국방부 대변인실과 국방홍보원 홍보전략팀은 경고를 받게 됐다. 당사자인 연예병사는 휴가제한 5일, 강등, 영창 등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억원대의 연예인을 값싸게 이용하고, 이득을 취한 군 조직의 반성은 ‘꼬리 잘라내기’ 수준에 그친 것 같다. 군대에서 자유를 만끽하던 연예병사의 행동이 누구에게서 비롯됐을까. 복무 관리를 포기했던 군 당국이 과연 자책하고 있을 지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소를 잃은 나머지 외양간을 부수고 소를 키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굵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방부가 이처럼 ‘대책 없는 포기’를 내놓을까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