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18명 vs 9명 대형건설사 안전인력 극과극

by박지애 기자
2024.03.05 05:00:00

국내 도급순위 20위 건설사 본사 안전인력 규모 조사
10위권 내에서도 10배넘게 격차
"안전사고 안나면 안전 예산 투입 소극적"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설현장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사고 예방에 대한 책임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는 현재로선 인력과 예산 집행 규모다. 대형 건설사들조차도 안전인력 규모가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4일 이데일리가 국내 도급 순위 상위 20위 이내 건설사들의 본사 안전관리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도급순위 2위)로 118명, 가장 적은 인력은 대방건설(14위) 5명으로 차이가 컸다. 조사 대상중 삼성물산(1위), 대우건설(3위), 제일건설(17위)은 인력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해왔다.

대형건설사인 도급 순위 10위권으로 좁혀 살펴보면 현대건설(118명)에 이어 △DL이앤씨(6위)가 70명 △롯데건설(8위) 66명 △현대엔지니어링(4위)과 포스코이앤씨(7위) 각각 41명 △SK에코플랜트(9위) 40명 △GS건설(5위) 26명 △호반건설(10위) 9명 순이었다. 대형 건설사중에서도 인력규모가 세자릿수에서 한자릿수까지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도급순위 11~20위권의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산업개발(11위) 28명 △한화건설부문(12위) 19명 △디엘건설(13위) 17명 순으로 많았으며, 대방건설을 포함해 △계룡산업건설(18위) 7명 △중흥토건(15위) 9명으로 한자릿수였다.

이들은 본사에 소속된 안전인력으로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역량 평가, 평가지표 개발, 안전교육, 예산집행 등의 업무를 한다. 이 건설사들 중 본사 내 별도의 안전과 관련해 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본사 안전 관리 인력 외에 기술안전팀 9명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모두 합치면 37명 정도”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도 “안전 기술 관련 30여명을 포함하면 총 70여명의 인력을 본사에 배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도 “본사 안전 보건·점검 인력 외에 기술 관련과 혁신학교 인력을 합치면 총 50여명이 된다. 그 외 관리 임원 등이 있다”고 부연했다.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도급순위가 높다고 안전인력을 많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부분의 건설사 경영자들 모두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전 예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보니 경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인력과 예산 집행 정도가 크게 차이 나게 된다”며 “말로는 중요하다고 해도 막상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려면 투입을 안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을 위한 유인을 할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십년간 맡아온 한 관계자는 “안전 인력과 예산은 결국 안전사고를 경험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대형 건설사라고 해도 막상 안전사고가 나지 않았던 건설사들은 예산 투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중소형의 경우 더 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사후 처벌을 강조하다보니 예방보다는 경영자들의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컨설팅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사건 사고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사업장의 과태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현장에서 이익이 10억원이 남는다고 가정하면, 사망사고 발생시 손해 배상을 50억원으로 정할경우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인력과 장비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예산에 실질적으로 집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를 가진 대형 건설사 몇을 제외하고는 수십, 수백 억원의 안전 예산 집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사고 발생시 이익의 수 배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도 예산 비용 집행을 늘릴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